3國 3色 애니메이션, 어느 나라로 떠나볼까

겨울이 되면 극장엔 신작 애니메이션이 풍성해진다. 올해는 국적도, 장르도, 목표 관객도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애니메이션이 한 아름이다.

◇美-어른 아이 다 즐거워 들썩들썩 '씽'

제작사 '일루미네이션'의 이름이 낯선 사람도, 작년 '미니언즈'(관객 263만명)의 바나나 닮은 깜찍 캐릭터들과 올해 '마이 펫의 이중생활'(252만명)의 귀여움 폭발하는 애완견들을 떠올리면 '아하!' 하게 될 것이다. 이 할리우드의 신흥 애니 명가(名家)가 들고 온 야심작은 동물들이 춤추고 노래하는 뮤지컬 '씽(Sing)'이다. 오늘(21일) 개봉. 쇠락한 극장주 코알라가 실수로 10만달러 상금을 걸고 전 국민 노래 오디션을 여는데, 25남매를 둔 돼지엄마, 록스타가 꿈인 길거리 뮤지션 고슴도치, 갱단 두목의 아들 고릴라 등 개성파 동물들이 참여해 좌충우돌한다. 내년 골든글로브 주제가상 부문 후보인 오리지널 주제가를 비롯, 흥겨운 팝송 64곡은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 레퍼토리 범위가 프랭크 시나트라와 비틀스부터 요즘 인기 있는 케이티 페리와 테일러 스위프트까지 뻗친다. 매슈 매코너헤이, 스칼릿 조핸슨, 리즈 위더스푼 등 목소리 연기에다 노래도 직접 부른 배우 캐스팅이 블록버스터급이다.

◇日-어린 자녀들은 '루돌프와 많이 있어'

28일 개봉하는 '루돌프와 많이 있어'는 귀여운 고양이 캐릭터들을 등장시킨 '본격 학업 권장 애니'라 할 만하다. 호기심에 집 밖으로 나왔다 주인 소녀에게서 388㎞ 떨어진 낯선 도시에 와버린 아기 고양이 '루돌프'. 교양 있는 길냥이 '많이 있어'를 만나 사람의 글자를 배우고 책을 읽으며 다시 주인에게 안길 희망을 키우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쉬울 리 없다. 고양이들이 각종 도감(圖鑑) 속을 누비며 새로운 문물과 야생동물들을 만나도록 꾸민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여전히 활자를 존중하는 일본의 근성이 놀랍다. 1987년 출간돼 100만부 이상 팔린 일본 아동문학 작품이 원작. 이제 막 책에 취미를 붙이기 시작한 어린아이들과 함께 보면 좋을 듯싶다. 28일 개봉.

◇佛-영화 좀 보는 당신은 '아브릴과…'

지난 15일 개봉한 '아브릴과 조작된 세계'는 쉽게 만나기 힘든 프랑스산 SF 애니메이션.

나폴레옹 3세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프랑스와 프로이센이 평화 협정을 맺으면서, 20세기 중반의 프랑스가 여전히 제정(帝政) 국가로 남아있다는 설정이 시작부터 묵직하다. 아인슈타인, 헤르츠, 마르코니, 노벨 등 전쟁 무기 개발에 협조하지 않는 과학자들이 줄줄이 실종되면서 과학 발전은 멈췄다. 불로불사의 영약을 연구하던 과학자 집안의 딸 아브릴은 자연을 파괴하며 석탄을 태워 증기기관으로 움직이는 오염된 세계를 구해낼 모험에 뛰어든다.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받은 프랑스 대표 여배우 마리옹 코티아르가 아브릴의 목소리를 연기한다.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대상 수상작. 소규모 개봉해 상영관을 찾기 힘들지만, 극장에서 만날 수만 있다면 후회 없을 애니다. 세 편 모두 전체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