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 파주에 '개방형 수장고' 연다

국립민속박물관이 경기도 파주 헤이리에 '개방형 수장고 및 정보센터'를 세운다. 유물 보존 기능에 한정됐던 수장고를 상설 전시 형태로 개방, 관람객이 수장고 유물을 구경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국내 박물관에선 처음이다.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은 20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단순히 공간만 개방하는 게 아니라 수장고의 유물을 보고 정보센터에서 관련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관객 참여형' 공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파주 헤이리 문화예술마을 인근에 2021년 들어설 이 건물은 대지 면적 6만5416㎡, 연면적 1만202㎡(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 현재 경복궁 내에 있는 박물관 건물의 절반 정도 크기다. 1층에는 수장전시실, 개방형 수장고, 디스커버리 센터(정보검색실을 겸한 교육 공간), 어린이 체험공간, 보존과학 연구 스튜디오가 들어선다. 김종규 학예연구관은 "수장전시실에선 특별전 개념으로 수장고 유물을 기획·전시할 계획이다. 지난 9월 끝난 국립중앙박물관의 신안선 특별전에서 막대한 물량의 중국 도자기를 진열장 층층이 쌓은 것과 비슷한데 각각의 유물에 대한 정보를 충실히 소개할 예정"이라며 "개방형 수장고에는 유리창을 설치해 내부가 들여다보이게 하는 한편 소규모 가이드 투어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2층엔 보존과학실과 정보센터, 지하 1층에는 민감한 관리가 필요한 유물을 위한 비공개 수장고가 마련된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이런 수장고를 짓게 된 건 박물관 이전 때문이다. 현재 경복궁 내 건물은 문화재청의 '경복궁 2차 복원 정비 계획'에 따라 2031년 철거가 예정돼 있다. 민속박물관은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인근 문화체육관광부 소유 부지로 이전하길 원하지만 이 공간은 부지가 넓지 않아 파주에 수장고를 따로 짓기로 한 것. 파주 수장고가 완공되면 우선 박물관 소장 유물의 절반 정도를 옮길 계획이다. 민속박물관이 사실상 파주와 서울로 이원화되는 셈이다. 이전 건립에 따른 전체 예산은 2045억원, 이 중 파주 수장고 건립에는 440억원이 투입된다. 천 관장은 "1단계로 파주 수장고를 건립하고 2단계로 2024년부터 2030년까지 핵심 시설인 본관 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