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는 내 인생의 악마… 혀 3분의 1 잃었죠"

한 남성의 32년 흡연의 대가는 가혹했다. 구강암으로 혀 3분의 1을 잃었고, 임파선까지 암이 번져 잘라내야 했다. 22일 저녁부터 TV에 방영된 '증언형 금연 광고' 주인공으로 나선 임현용(가명·55)씨는 2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담배는 내 인생에서 '악마' 같은 존재였다. 절대 만나지 말았어야 할 물건이었다"고 했다. 잘라낸 혀에 허벅지 살을 이식했지만 아직 혀 움직임이 자연스럽지 않아 사탕을 물고 말하는 듯 발음이 어눌했다.

◇"담배 '즉시' 끊으세요"

지난 6월 경기도의 한 대학병원에서 '구강암' 판정을 받던 날, 임씨는 극심한 공포에 맞닥뜨렸다. '내 인생 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방사선치료를 받기 위해 흔들리는 치아를 빼다 보니 치아가 모두 빠졌다. "남은 혀로는 '쓴맛' '매운맛' 정도밖에 안 느껴졌어요. (허벅지 살을 이식한) 혀가 자리 잡을 때까진 틀니도 못 쓰게 하니 젓가락으로 목젖까지 음식을 밀어 넣고는 꿀꺽 삼켜야 했지요." 임씨는 "의사가 그래도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기에 눈물 뚝뚝 흘리며 눈물 섞인 밥을 먹던 때가 가장 힘들더라"고 했다.

담배라는 '악마'와 처음 만난 것은 고교 졸업 직후였다. 아버지 담배 슬쩍해서 한 개비 피웠던 게 시작이었다. 이후 친구들과 어울리며 술도 한잔하고 담배에 손대는 날이 많아졌다. 그로부터 담배를 끊은 52세 되던 해까지 임씨는 32년 동안 매일같이 담배를 한 갑 반씩 피웠다. 젊은 시절 경기 안성에서 벼농사 짓고 평택에선 보도블록 공사 작업을 하는 등 여느 가장처럼 한 집안 '수퍼 영웅' 역할을 해냈지만, 끊임없이 피워댄 담배가 결국은 독(毒)이 됐다.

임씨는 현재 한 달에 한 번 통원 치료를 받는 중이다. 병원에서 '증언형 광고 촬영 희망자를 찾는다'는 소식을 듣고 "한 사람이라도 더 금연해서 나 같은 고통을 받는 사람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출연 결심을 했다"고 한다.

흡연으로 건강을 잃은 사람이 직접 등장하는 증언형 금연 광고는 2002년 고(故) 이주일씨 이후 14년 만이다. 40초짜리 이 광고는 극장과 KTX 등에서도 방영될 예정이다. 미국 질병예방센터(CDC)는 지난 2012년부터 증언형 금연 광고를 했다. 이후 금연 상담자는 132%, 금연 웹 방문은 428% 늘었고, '금연에 동기부여가 됐다'는 사람도 56만명 많아진 것으로 조사됐다고 보건복지부는 전했다.

◇담뱃갑 경고 그림까지…

담배 폐해를 섬뜩하게 표현한 경고 그림도 등장한다. 복지부는 "23일 이후 담배 공장에서 나가는 모든 담배 제품의 담뱃갑에 흡연 경고 그림을 표기한다"고 밝혔다. 다만 시중에서는 기존에 반출된 담배 재고가 소진되는 다음 달 중순 이후 경고 그림이 붙은 담배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고 그림이 붙는 것은 1986년 담뱃갑에 경고 문구가 표기된 지 30년, 우리나라 최초 궐련 담배인 '이글'이 1905년 생산된 때로부터 계산하면 111년 만이다.

'경고 그림 효과'로 흡연율이 크게 줄 것으로 보건 당국은 기대한다. 경고 그림을 도입한 주요 국가에선 평균 4.2%포인트 줄었고, 브라질에선 최대 13.8%포인트까지 감소했다〈그래픽〉. 양성일 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다양한 금연 정책으로 2015년 39.3%인 성인 남성 흡연율을 2020년까지 29% 이하로 낮추는 것이 정부의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