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거면 충분하거나, 그걸로 파멸하거나

이번 주 개봉한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영화 두 편엔 서로 다른 사랑의 색깔이 선명하다. 프랑스 로맨틱 코미디 '업 포 러브'(감독 로랑 티라르)와 화가 에곤 쉴레와 그의 여인들 이야기 '에곤 쉴레: 욕망이 그린 그림'(감독 디터 베르너)이다.

◇편견 넘는 키 작은 사랑 '업 포 러브'

성공한 건축가 '알렉상드르'(장 뒤자르댕)의 유일한 결함은 유전적 장애로 인한 작은 키(136㎝). 그가 실력과 미모를 다 갖춘 팔등신 여변호사 '디안'(버지니아 에피라)과 사랑에 빠진다. 디안 주변에선 난리가 났다. 전남편은 '난쟁이랑 사는 백설공주냐'며 이죽대고, 충격받은 엄마는 일방통행 길을 역주행한다. 정작 가장 큰 난관은 주변의 쑥덕거림을 견디지 못하는 디안의 마음. '정상적인 사랑' 혹은 '남성성의 조건'에 본질적 질문을 던진다. 직장 동료는 디안에게 뼈 있는 말을 던진다. "너야말로 난쟁이야. 마음도 감정도 콩알만 해서 조금만 달라도 못 받아들이지. 우린 나치나 마찬가지고, 세상이 나치 천지야." 작은 남자는 올려다보느라 등이 아프고, 큰 여자는 내려다보느라 목이 아프지만…. 그럼 좀 어떤가. 사소한 고통을 함께 견디는 일도 사랑인 것을. 상영시간 98분, 15세 이상 관람가.

◇예술로 남은 벼랑 끝 사랑 '에곤 쉴레'

불꽃처럼 타올랐던 오스트리아 화가 에곤 쉴레(1890~1918)의 짧은 삶, 마지막 8년의 기록이다. 익숙한 쉴레의 그림을 스크린으로 만나는 감동이 크다. 쉴레에게 그의 곁에 머물렀던 네 명의 여인은 모델이자 뮤즈였지만, 그 여인들에게 쉴레는 파멸을 부르는 '옴 파탈(homme fatale)'이었다. 이들의 연애는 아름다운 만큼 치명적이다. 쉴레와 가장 오래 함께한 모델 '발리'는 그에게 버림받은 충격으로 전쟁터 간호사로 자원했다 병사(病死)한다. 아내 '에디트'는 스페인독감에 걸려 배 속 아기와 함께 죽는다. 초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비현실적이지만, 당대의 꽃미남 쉴레를 연기하는 모델 출신 배우 노아 자베드라의 조각 같은 아름다움 덕에 묘한 설득력이 있다. 상영시간 109분, 청소년 관람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