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의 위대한 전쟁은 계속된다, 쭉~

스타워즈 세계의 구약과 신약 사이, 중간사(史)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까지의 스타워즈 영화는 총 7편. 28일 개봉하는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감독 개럿 에드워즈)는 연대기 순으로 넷째인 '새로운 희망'(1977) 직전의 이야기를 다룬다. 디즈니는 2012년 스타워즈 시리즈를 소유한 루카스필름을 통째로 인수하면서, '스핀오프'(spin-off·오리지널 작품에서 파생된 이야기) 영화도 내겠다고 예고했었다. '로그 원'은 그 첫 작품이다.

◇스타워즈 우주의 신·구약 중간사

스타워즈 7편의 각 제작 시점과 각 영화가 다루는 시대가 연대기적으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타투인 행성의 외톨이 루크 스카이워커가 쌍둥이 남매 레아 공주, 우주 밀수꾼 핸 솔로와 함께 제국군에 맞섰던 첫 3부작이 스타워즈의 '신약(新約)'이라면, 신비한 우주의 힘 '포스(Force)'에 의해 처녀 잉태된 애너킨 스카이워커(루크의 부친)가 어둠에 사로잡혀 제국군 사령관 다스 베이더가 되는 과정을 좇는 두 번째 3부작은 시리즈의 '구약(舊約)'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개봉한 7번째 작품 '깨어난 포스'는 다시 시곗바늘을 가장 최근으로 돌려 신약 이후의 세계를 다룬다.

신약의 첫 편에 해당하는 '새로운 희망'에서 반군(叛軍) 전투기 엑스윙을 탄 루크 스카이워커는 아버지 다스 베이더가 이끄는 제국군의 행성 파괴 최종병기 '데스 스타(Death Star)'의 심장부에 양성자 어뢰를 쏘아 넣는다. '로그 원'은 데스 스타 완성 직전, 그 설계도를 빼내기 위해 제국군의 본거지로 침투하는 반군 별동대 이야기다.

◇시리즈 몰라도… 풍성한 SF 액션

"오너라 아이야. 가야 할 길이 멀구나." 반군 지도자 '소'(포리스트 휘터커)가 혼자 남은 소녀 '진'(펠리시티 존스)에게 말한다. 진의 아빠인 과학자 '겔런'(매즈 미켈슨)은 제국군에게 납치됐다. 제국군에서 '데스 스타'를 개발하며 배신자로 몰린 겔런은 "이 죽음의 병기 안에 약점을 심어 놓았다"는 메시지를 비밀리에 보낸다. 하지만 반군은 공포에 질려 지리멸렬할 뿐이다. '진'은 아빠의 진심을 증명하려고 불가능한 임무에 몸을 던진다. '로그 원'은 진과 동료들이 탄 우주선의 항공 식별 부호.

이 우주 대하극의 서사가 익숙지 않아도 지레 포기할 필요는 없다. SF 액션과 볼거리만으로도 풍성한 영화다. 특히 총격전과 폭발이 쉴 새 없이 몰아치는 후반부는 잘 만든 전쟁물처럼 다가온다. CG 기술이 모자랐던 과거엔 파괴된 행성의 잔해만 보여줄 수 있었지만, 이번 영화에선 '데스 스타'의 공격을 받은 행성의 땅이 부서지며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공포를 화면 위에 그대로 옮겨온다. 압도적 시각효과다.

시리즈 팬들을 위한 서비스도 깨알 같다. '먼 옛날 은하계에서…'로 시작되는 도입부의 노란 글씨 자막, 레아 공주의 향수에 젖게 하는 홀로그램 메시지 같은 것들이 그렇다. 처음 나온 지 40년이 됐지만 '쉭~쉭~' 거친 숨소리와 함께 등장해 반군 병사들을 추풍낙엽처럼 베어 넘기는 다스 베이더의 카리스마는 여전히 짜릿하다. 상영시간 133분, 12세 이상 관람가.

[전 세계 달군 스타워즈號… 유독 한국선 힘 못 쓰네]

31억6293만달러(3조7924억원). 스타워즈 시리즈 7편이 세계에서 극장 매출로만 번 돈이다. 작년 한국 영화(232편 개봉) 총매출액 2조1131억원의 두 배 가깝다. 레고블록, TV 시리즈 등 관련 상품·콘텐츠는 뺀 수치다. 이번 '로그 원'은 지난 16일 세계 개봉 뒤 첫 주말 3억 달러를 벌었다. 첫 주말 흥행 성적 역대 4위.

세계를 지배하는 스타워즈의 '포스'지만 유독 우리나라에선 힘이 달린다. 작년 12월 개봉했던 최근작 '깨어난 포스'는 국산 '히말라야'에 밀려 줄곧 2위였고, 관객수도 327만명에 그쳤다. 서울 SF아카이브 박상준 대표는 "서구 관객은 이미 고전이 된 '스타워즈'의 세계관을 책과 TV 등으로 계속 접하며 열광할 준비를 마친 상태지만, 우리 관객에게 이 영화의 우주는 여전히 너무 멀고 낯선 세계"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