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1%p 오르면 가계 부담 9兆 늘어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최근 국내 시중 금리가 급등세를 보이는 가운데 대출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이 연간 9조원가량 늘어난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현안보고 자료에서 "시장금리 상승으로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저신용·저소득·다중채무자 등의 채무 상환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금리는 연 3.08%에서 3.21%로 0.13%포인트 상승했다.

이달 들어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내년에도 계속 금리를 올릴 계획이라, 당분간 국내 대출금리 오름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가 오르는 변동금리 대출자의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했다. 한은은 신용등급 10등급 중 7~10등급인 저(低)신용 차입자의 대출 중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80%를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은은 "최근 국내외 여건을 종합해 볼 때 내년 성장률은 지난 10월에 전망했던 2.8%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현재 민간 경제연구소는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대 초반까지 낮춘 상태다. 한은은 4분기 경기 동향을 본 뒤, 내년 초에 경제성장률 수정 전망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은은 또한 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해 정부가 돈을 푸는 재정정책이 좀 더 강화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예산 규모로 정부 재정정책을 평가해 보면 내년 정부 예산은 완화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경기를 살리려면 예산을 좀 더 확장해서 편성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명목 성장률이 4% 안팎인데, 내년 정부 예산의 총지출 증가율은 0.5%밖에 안 된다"며 "정부가 예상하는 총수입 증가율에 비해서도 총지출 증가율이 낮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은은 통화정책엔 여전히 소극적이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 여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불확실성이 클 때는 조금 더 확인하고 다져 가면서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며 한은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