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5명중 1명, 月100만원 못번다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작년 초 회사를 그만두고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보드게임 카페를 열었다. 하지만 올 들어 월 매출이 100만원 수준으로 떨어지자, 직원을 모두 내보냈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카페 손님이 뚝 끊긴 탓이다. 몇 달 전부터는 저녁마다 동네에서 떨어진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부족한 수입을 보충하기 시작했다. 김씨는 "집과 자동차를 담보로 창업 자금을 마련했는데, 적자를 보고 있다"며 "가족 휴가는커녕 초등학생 딸을 학원조차 보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퇴직자, 취업 실패자의 마지막 보루로 꼽혀온 자영업이 쇠락하고 있다. 경기 성장세가 둔화되고, 소비 심리가 급락한 탓이다. 작년에 세무서에 등록하고 사업하는 등록사업자는 479만개로 1년 전보다 1만2000개(0.2%) 줄었다. 5곳 중 1곳은 월 매출 100만원도 못 올렸고, 직원 없이 사장 혼자 근무하는 업체도 82%에 달했다. 통계청이 22일 발표한 '자영업 현황 분석'에 비친 우리 사회 '사장님들'의 자화상이다.

◇자영업체 5곳 중 1곳은 한 달에 100만원도 못 벌어

이번 조사 결과 국내 자영업체 101만8000곳은 연 매출이 1200만원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자영업자 5곳 중 1곳이 월 매출 100만원도 못 올린다는 뜻이다. 연 매출 1200만~4600만원인 업체도 30.6%에 달했다.

특히 부동산·임대업, 개인 서비스업, 운수업, 교육 서비스업의 경우 매출 규모가 작았다. 이 업종들의 자영업체 중 60~80%가 연 매출 4600만원 미만이었다.

상대적으로 제조업과 도·소매업은 매출 수준이 높았다. 매출 3억원 이상을 기록한 업체가 각각 31.7%, 24.4%에 달했다. 연 매출 10억원이 는 고소득 자영업체는 전년 대비 9.7% 늘어난 14만7000개(전체의 3.1%)였다.

◇자영업체 10곳 중 8곳은 직원 안 둬

작년 기준 자영업체의 80%는 사장이 '나 홀로' 근무하는 단독 사업체로, 392만8000개에 달했다. 단독 사업체 중 4분의 1은 월 매출이 수십만원에 불과할 정도로 영세했다. 직원을 고용한 사업체는 전년보다 2.6% 늘어난 86만2000개였다.

직원을 쓰는 사업체는 늘었지만, 전체 고용 규모는 오히려 줄었다. 경기 둔화로 직원을 내보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2015년 기준 직원 고용 규모는 335만6000명이었다. 전년보다 1만7000명 줄었다. 특히 직원 10명이 넘는 사업체에서 직원들을 많이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10인 이상 고용 업체는 전년 대비 4000개(5.6%) 줄었고, 고용 직원도 6만8000명 줄었다.

◇자영업 포화 상태인데 신규 자영업자 늘어

'영세 자영업자의 무덤'이 만들어지는데도, 최근 몇 년 새에 새로 사업에 뛰어든 사람도 많았다. 사업 기간이 1년 미만인 자영업은 13.3%, 1~2년은 11.8%였다. 최근 2년 사이 자영업을 시작한 업체는 120만5000곳(25.1%)에 달했다. 사업 기간이 5년 미만인 업체도 절반가량 차지했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없는 숙박·음식점업은 전체의 39.3%가 영업한 지 2년도 안 되는 신생 업체였다. 전체 산업 평균(13.3%)보다도 8.7%포인트 높았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60대 사장님도 눈에 띄게 늘었다. 작년 기준 60대 이상 등록사업자는 1년 전보다 2.0% 늘었고, 다른 연령대에서는 모두 감소했다. 60대 이상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업체의 66.8%는 연 매출 4600만원 미만이었다. 30대(46.9%), 40대(43.0%), 50대(50.1%)보다 매출이 저조한 업체 비율이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