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딸기 전성時代

겨울을 대표하는 과일은 뭘까. 이마트가 지난겨울(2015년 12월~2016년 2월) 과일 매출 순위를 내봤더니 딸기(16.6%)가 감귤(16.3%)을 근소한 차로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2013~2014년 3위, 2014~2015년 2위로 매년 한 계단씩 올라서 결국 1위에 등극한 것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올해는 귤 맛도 평범하고 딸기 가격도 비싸지 않은 편이라 이번 겨울도 딸기가 1위 자리를 지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사실 딸기는 원래 노지에서 5~6월 수확하는 초여름 작물이다. 하우스 농법이 발달하면서 딸기 재배와 수확 시기가 점점 빨라지더니 이제는 이르면 10월 말부터 충남 논산 등 전국 주요 산지에서 딸기를 수확하고 있다. 겨울 딸기가 익숙해진 수준을 넘어 아예 겨울 딸기 전성시대다.

사단법인 한국딸기생산자대표조직 관계자는 "농산물은 빨리 출하할수록 가격을 잘 받는다"며 "딸기 농가들이 재배 기술을 꾸준히 발전시켜 수확 시기를 앞당겼다"고 말했다.

특급 호텔들의 딸기 축제도 3개월 이상 앞당겼다. 2007년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호텔이 딸기 축제를 처음 선보인 것이 3월이었다. 케이크, 푸딩, 컵케이크 등 딸기로 만든 다양한 디저트를 선보이는 딸기 행사는 20~30대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선풍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후 호텔마다 경쟁적으로 딸기 축제 시작 시기를 앞당기고 기간을 늘려왔다. 급기야 올겨울에는 새해가 되기도 전인 12월에 축제를 시작해 이듬해 5월 말까지 6개월 동안 진행하는 호텔까지 생겼다. 지난 23일 호텔 중에서 가장 먼저 딸기 축제를 시작한 서울 쉐라톤디큐브시티호텔 관계자는 "2부제로 운영하는데도 2주 전 예약하지 않으면 테이블 잡기가 어렵다"고 했다. 호텔업계에서 딸기 축제는 음식 관련 행사 중 가장 인기가 높다.

겨울 딸기가 봄 딸기보다 맛이 더 낫다는 주장도 있다. 딸기는 꽃이 핀 후 수확까지 겨울에는 60~70일, 봄에는 30~45일 정도 걸린다. 추우면 딸기가 천천히 성장해 조직이 치밀해지고 육질이 더 단단해진다는 것. 농촌진흥청에서 수확 시기에 따른 딸기 품질을 측정한 결과 겨울철 딸기가 봄철 딸기보다 당 함량이 높고 신맛이 적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음식평론가 강지영씨는 "와인도 적당한 산미가 받쳐줘야 질리지 않고 마실 수 있듯이 과일도 단맛과 신맛이 같이 있어야 정말 맛있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