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TV 볼 때도, 난 품격 있게 입는다

배우 전지현은 출연하는 작품마다 독특한 패션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요즘 SBS 수목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 '전지현 코트' '전지현 립스틱'만큼 화제가 되는 것이 '전지현 잠옷' '전지현 홈웨어'다. 남녀 주인공이 한집에 살면서 벌어지는 일이 중심을 이루다 보니 집 안에서 촬영하는 장면이 많고, 전지현이 입고 나온 실내복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레 높아졌다.

극 중 전지현은 집에서도 화려하고 세련된 옷을 다양하게 골라 입는다. 편안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소재로 스트라이프 등 다채로운 컬러와 패턴을 선보인다. 주로 해외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 제품이다. 전지현처럼 최근 집 안에서 멋을 내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집밥, 집 꾸미기(셀프 인테리어)에 이어 이번엔 '집옷'이 뜨고 있다.

 

파자마, 가운 같은 홈웨어는 로브로브, 멜트 등 소규모 브랜드가 주도했다. 얼마 전부터 란제리 브랜드와 기업형 패션 브랜드가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H&M, 자라, 에잇세컨즈, 유니클로, 자주, 무인양품 등 패션 브랜드가 라운지웨어, 홈웨어, 나이트웨어, 룸웨어, 에센셜웨어 같은 이름을 달고 실내복 상품을 확장하고 있다.

티셔츠, 니트, 통 넓은 바지, 카디건, 조끼 등을 포함해 실내 활동은 물론 잠시 외출하기에도 손색없는 디자인을 선보인다. 에잇세컨즈는 라운지웨어 판매가 작년 대비 150% 이상 늘었다. 자주 역시 홈웨어가 패션 부문 매출 신장을 견인한다. 집 근처 1마일(약 1.6㎞)쯤 떨어진 거리에 입고 나가기 적합하다는 뜻의 '원 마일 웨어'를 내세운 브랜드도 생기고 있다.

석 달 전 백화점 매장을 연 브이라운지는 집 안뿐 아니라 '공항 패션'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자유롭고 나른한 패션'을 지향한다. 스튜디오 톰보이도 최근 일상에 꼭 필요한 옷이라는 의미로 '에센셜 라인'을 새 카테고리로 선보였다. 세련된 디자인은 물론이고 면, 기모, 캐시미어 등 피부에 닿을 때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소재를 중시하는 것이 공통점이다.

홈웨어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일상의 품격'을 끌어올리는 데 관심 갖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집이라고 해서 후줄근한 티셔츠나 무릎 나온 트레이닝 바지를 아무렇게나 입고 있지 않겠다는 것.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고 주거 공간이 갖는 의미가 커지면서 '소중한 일상을 대충 흘려보내지 않겠다'는 의식이 생겨나고 있다.

남과 여, 낮과 밤, 안과 밖의 모든 경계를 무너뜨리는 최근 패션 트렌드, 시시때때로 일상 사진을 찍어 올리는 SNS 문화와도 연관돼 있다. 허지영 자주 패션팀장은 "편안한 홈웨어가 작년부터 세계적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아무도 보는 사람 없이 혼자 집에 있을 때도 맵시 있는 옷차림을 갖추기 원하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고 했다.

삼성패션연구소는 올해 패션 산업 10대 이슈 중 하나로 '소소한 일상의 행복 추구'를 꼽았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 지친 이들이 나만의 휴식 공간인 집을 통해 심리적 안정과 정서적 위안을 얻으려는 움직임이 커졌다는 것. 작은 여유 속에서 안락함과 만족을 찾으려는 라이프스타일이 선호되고 이와 연관된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용적이면서도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우아한 홈웨어'가 사랑받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