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1초를 아껴주는 정성으로 책 출간에 노력

“우리가 만든 한 권 한 권의 책들이 독자분들에게는 소중한 지식의 밑거름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무작정 따라하기’, ‘시나공’, ‘기적의 학습서’ 등 출판계 히트 브랜드로 올해 25주년을 맞이하는 길벗출판사의 이승욱 이사를 만나 보았다.

길벗출판사는 어떤 출판사라고 소개하고 싶으신가요?

외형적인 회사의 크기는 직원 110명과 매출 300억이라는 숫자로 말씀드릴 수 있지만, 제가 2000년 1월 2일 입사 이후 올해 17년 차 길벗출판사에 몸담으면서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인원 5배, 매출도 5배 정도의 성장을 했습니다. 그간 출판업계에서 호황과 불황을 함께 겪으며 그래도 이런 지속적인 성장을 했다는 것에 현재 숫자적인 회사 크기보다는 출판업계에서 꾸준히 정도를 걷는 회사라고 소개하고 싶습니다.

길벗출판사의 히트 서적들이 좋은 반응을 얻는 이유는?

우리 회사는 출판업계에서 보기 드물게 브랜드 지향성이 강한 출판사인 것 같습니다. 회사 매출의 70~80%가 브랜드를 통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신간을 한해 기준 250여 종이 출간하고 있습니다. 그중에 ‘무작정 따라하기’, ‘시나공’, ‘기적의 학습서’ 등등의 히트 브랜드들이 있어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존의 브랜드를 탈피한 새로운 브랜드 창출에 대한 고민과 노력이 항상 우리 회사의 장점이자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예로 시나공 토익을 줄이고 새로운 브랜드 런칭을 하는 것도 같은 시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런 새로운 시도와 장기적으로 기획하고 준비하는 움직임들이 또 다른 히트 브랜드 창출로 이어지는 듯합니다.

그리고 17년 동안 사장님과 동고동락하며 처음엔 성격과 스타일이 달라서 힘든 적도 있었지만, 어느 순간에서부터 '서로가 다른 것이지, 옮고 그른 것은 아니다'는 결론을 수용하기 시작하면서 배울 점도 많고 지금도 배우고 있습니다. 또한, 직원도 모두 서로 같은 목표와 고민에 충실하고 하고 있다는 것이 지금의 길벗출판사가 바른 출판사로 좋은 결과물을 만드는 이유인 듯합니다.

출판업계도 온라인 또는 모바일로 트렌드가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길벗은 어떤 대응을 하고 있나요?

전반적으로 전자책은 전체 서적의 5% 정도 점유율로 보고 있습니다. 저희도 새롭게 바뀌는 트렌드에 발 빠르게 적응하고 여러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획 과정에서 보면 온라인이 책을 보는 습관을 많이 바꿔놓은 것 같습니다. 새로운 기준들이 계속 생긴다고 할까요?

혹시 쿼터리즘(quarterism)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쿼터리즘은 어떤 일이든 15분 이상 집중하기 힘든 현상입니다. 현재 이 쿼터리즘이 책을 읽는데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출판업계에서도 모든 텍스트의 편집이 이 쿼터리즘에 적합한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그래야 가독성과 지속성이 높아지고 독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는 호흡이 짧아졌다고 볼 수 있는데 온라인으로 인해 독자들의 텍스트를 접하는 태도가 바뀌고 있고, 어떻게 그런 흐름을 책 속에 잘 녹아내리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많은 고민을 많이 합니다. 이는 편집에서도 구구절절이 나열보다는 단락의 기준을 많이 바꾸는데 관심을 가지고, 효율적으로 편집의 구조에 빠르게 대처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존의 유명 작가 이외에 온라인을 대상으로 활발하게 대중들과 호흡하는 많은 분야의 전문가들을 저자로 책을 출간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합니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변화된 디지털 문화에서 적응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이전엔 서점 MD 등의 간접적 독자들을 대상으로 정보를 많이 수집했다면, 이제는 온라인에서 블로그, 카페, SNS 등이 생기면서 독자들이 어떤 콘텐츠에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고 결국 앞으로의 출판은 이 채널들을 확보하고 어떤 기획을 하느냐에 따라 출판의 성공에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는 겁니다.

길벗출판사도 어려웠던 시기가 있었을 듯한데 어떤 고민과 행동으로 이겨내셨나요?

어떤 조직이든 위기는 오기 마련입니다. 우리 회사도 두 번의 큰 위기가 있었습니다. 아니 지금도 위기의 연속일지 모르겠지만요(웃음). 하지만 우리는 매출 저하라는 강한 압박의 스트레스를 겪으면서 나름 이 문제를 풀기 위한 접근 방식이 남달랐다고 봅니다. 떨어지는 매출을 당장 막아야 한다는 고민은 당연한 겁니다. 하지만 그것은 필요 및 임시방편적인 조치일 뿐이죠. 하지만 이 임시방편적인 조치를 하면서 동시에 5년 후를 바라보면서 각 요소에 대한 혁신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했다는 것이 차별화가 아닐까 합니다. 즉, 문제 해결을 단기적이 아닌 장기적인 고민과 함께하며 행동으로 실천해가며 고비들을 잘 넘겨 왔습니다.

저희는 지금도 한 달에 한 번 조직 진단을 합니다. 또한, 내부적 혁신 프로그램으로 조직의 변화와 직원들에게 더욱더 관심을 가지고 조직의 수평화 등을 시도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였고 이런 고민과 실천들이 지금의 길벗출판사가 롱런 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 것 같습니다.

현재 가장 큰 고민은?

개인과 조직. 2가지로 본다면 바쁘게 살다 보니 좋은 출판사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즉, 회사 전체를 본다면 특히 후배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출판사를 만들자’는 꿈을 가지면서부터 그 꿈은 저에게 지금도 가장 큰 고민 중의 하나입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고민이라면 고령화 사회를 맞이하여 그래도 한 분야에서 꾸준히 일한 사람으로 이 사회 조직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기여하면서 고령화를 대비해 갈 것인가?라는 고민이 있습니다.

최근 중 장년층들의 도서 구매의 흐름은 어떤가요?

최근에는 40~50대의 특히 40대 여성층과 50대 남성층이 자기 계발을 위해 어학 및 전공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시간과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면서 자기 계발에 관심이 커지기도 했고, 특히 편해지고 잦아진 해외여행을 위한 최소한의 기본 지식을 위해 자기 노력에 시간과 열정을 아낌없이 투자하고 자기 것으로 흡수하려는 노력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자기 계발의 40~50대의 새로운 독자층이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이사님이야말로 자기 관리를 잘하시는 것 같습니다

한때는 주관이 강하고, 예민한 성격이었습니다(웃음). 과거 민주화 운동을 하면서 직설적이었던 성격이 시대적 흐름과 부딪치고, 다양한 성격의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겸손함도 많이 배웠죠. 이후 출판업계에 들어와서 정확히는 길벗출판사에 입사하면서 내가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초기 경영지원 책임자로 돈과 사람을 관리하는 직무에서 한쪽이 아닌 양쪽이 서로 도움이 되는 전략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회사 대 회사, 상사와 부하, 팀들 간의 경쟁에서도 회사 분위기가 관료적인 분위기에서 벗어나 있었기에 양보와 이해로 융화되었고 그런 점에서 많이 배우게 되었습니다.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시나요?

대부분 스트레스는 모든 ‘관계’에서 생기는 것 같습니다. 닥친 스트레스 상황에서 한발 물러서서 생각하려고 노력합니다. 참는 것이 아니라 한 번 더 생각하자는 거죠. 그래도 안 되면 표현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강약 조절을 해야겠지만요(웃음).

그리고 운동도 좋아합니다. 골프는 8년 정도 됐지만 아직도 재미있습니다. 특히 요즘은 필드에 나가지 않아도 스크린골프장에서 예전 당구장 가듯이 직원들과 업무 관계자들과도 자주 어울려 단합 모임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동반자들과 운동을 하면서 많은 시간을 같이 보냅니다. 그 시간에 서로 간의 교류가 많아서 좋습니다. 골프는 승부욕과 목표 의식을 즐기기에 자극이 많이 되는 운동인 듯합니다.

앞으로 길벗출판사의 비전과 목표는?

편집부는 책을 만들고 월급을 받아 갑니다. 그런데 출판업계 영업마케팅이 매출을 책임진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해봤습니다. 출판사는 사람들에게 직접 책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주로 서점에 책을 내놓고 판매를 합니다. 그럼 ‘영업판매담당자가 책임져야 할 것이 무엇일까?’라고 보면 서점이라는 공간에서 우리 책의 발견성을 높이는 기획이 가장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결국, 많은 일은 하지만 그 목표가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겁니다.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깊이 고민해보고 진짜 해야 할 것이라면 철저히 하자.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일이지만 이런 점을 토대로 하나하나 만들어 가려고 합니다.

또한, 대한민국 단행본 출판에서 꾸준한 1등을 목표로 향후 양적인 숫자는 400억에서 500억이지만 양적보다는 질적 목표로 독자들에게 인정받는 출판사가 되어야겠다는 겁니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책들을 만드는 직원들 스스로가 길벗이 자랑스럽다고 인정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은 비전과 목표가 있습니다.

출판업계에서 ‘길벗은 원칙적인 회사다’라는 말을 들을 때 가장 기분이 좋다는 이승욱 이사는 사장님과 직원들 사이에서 조금은 느리게 돌아가더라도 원칙 중심, 가치 중심의 회사.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어 했다.

시종일관 뚜렷한 말투와 소박한 눈웃음 사이에 자신감 넘치는 대화가 매력적인 사람. “특별한 것보다 반드시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먼저 고민하고 이를 철저히 준비하는 것이 길벗출판사의 생각이고 힘이다”라는 그의 말과 눈빛에서 23년간 한 우물을 판 전문가의 분명하고 뚜렷한 철학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