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 대선의 해… 반기문·개헌·제3지대 변수가 판 흔든다

정치권은 과거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에서 2017년을 맞는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로 대통령 선거가 언제 치러질지조차 알 수 없다. 선거 결과를 좌우할 인물, 정책, 선거 구도도 유동성이 크다. 인물 면에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어느 세력과 함께할지가 최대 변수이고, 정책 면에서는 개헌을 고리로 한 선거 연대가 이뤄질지가 관심사다. 구도 면에서는 지금의 4당 체제가 대선까지 유지될지, 아니면 개헌을 고리로 친박(親朴)과 친문(親文)을 제외한 '제3지대'가 형성될지, 종국에는 과거처럼 양자 대결로 갈지 등 모든 것이 안갯속이다.

◇대선 시기는 4말 5초?

차기 대선은 박 대통령 탄핵안이 각하 또는 기각될 경우 예정대로 12월 20일에 치러진다. 그러나 헌재가 이를 인용해 박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릴 경우 60일 이내에 대선이 시행된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박한철 헌재 소장이 1월 말 퇴임하고 그 뒤를 이어 이정미 재판관도 3월 중순 물러나기 때문에 그 전에 최종 결정이 나올 거란 관측이 많다. 이 경우 대선은 5월 중순 이전에 치러진다. 헌재는 국회의 소추 의결 후 180일 이내에 탄핵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를 꽉 채울 경우에도 8월 초에는 대선이 실시된다.

대선 시기 자체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대선 패배 후 4년간 이번 대선을 준비해왔다. 반면 그와 지지율 선두를 다투는 반 전 총장은 이달 중순 귀국하면서 정계에 입문한다. 여권 관계자는 "대선이 당겨질 경우 반 전 총장이 세력화 등에 시간이 부족할 수 있지만, 검증 기간이 단축되는 이점도 있다"고 했다.

◇제3지대 성사될까?

이번 대선은 일단 4당 체제로 출발한다. 그러나 선거날까지 이 체제가 유지될지는 알 수 없다. 현재 친박 중심 새누리당, 친문 중심 민주당이 양쪽에 포진한 가운데 중간 지대에 개혁보수신당과 국민의당이 비박(非朴)·비문(非文)을 표방하며 상호 연대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여기에 개헌을 고리로 김종인 전 대표 등 민주당 비문 진영까지 가세할 수 있다. 이 경우 개헌에 반대하는 문 전 대표를 제외한 나머지가 '반문' 또는 '중도보수 대연합' 공동 전선을 형성하게 된다. 이 구도로 대선이 치러질 경우 반문 진영은 반기문·안철수·손학규·유승민 등이 치열한 후보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반 전 총장이 정계 개편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새누리당·국민의당·개혁보수신당 등 3당이 그의 영입을 공언하고 있다. 반 전 총장도 지난 연말 새누리당 정진석 의원과 만나 '초당적 협력' '정치적 대통합' 등을 언급했다. 또 지난 30일(현지 시각) 유엔본부에서 가진 한국 특파원 문답에선 개헌 필요성을 언급하며 제3지대 합류 가능성을 시사했다. 반 전 총장이 독자 신당을 만들어 출마하거나 4당 중 어느 한 곳에만 몸을 실을 수는 있지만, 주변 인사들은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하고 있다. 여야 관계자들은 "반 전 총장은 어떤 식으로든 문 전 대표를 고립시키고 자신이 보수와 중도를 아우르는 단일 후보가 되는 쪽으로 움직일 것"이라며 "귀국 후 시작될 검증 공세를 어떻게 견뎌내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야권에선 이재명 성남시장이 변수라면 변수다. 이 시장은 촛불 정국에서 두 자릿수 지지율에 올라서며 문재인 독주 체제를 위협했다. 문·이 양측은 현재 경선 규칙을 놓고 기 싸움 중이다. 이 시장 등 비문 진영은 온라인 당원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모바일 투표를 폐지하고 1·2위 후보 간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면 '비문 연대'를 통해 '문재인 대세론'을 꺾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문 전 대표가 이를 수용할지는 불투명하다.

전문가들은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올해 대선 시대정신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원래 기존 시대정신은 사회적 양극화와 불평등 문제였지만, 최순실 사건을 거치며 '공정한 사회, 깨끗한 정치'가 부상했다"며 "경제도 문제지만, 그것보다 정치를 근원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인식이 생겼다"고 했다. 이정희 한국외국어대 교수도 "이번 대선 시대정신은 투명하고 깨끗한 정치"라며 "정치가 잘못되면 경제건 사회건 모든 것이 흐트러진다는 걸 국민이 봤고, 정치 지도자들이 우리나라를 좀 더 투명하게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인식이 생겼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