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전지현·박보검·아이유… 문화·체육계 '황금알'

어려서는 귀엽고, 자라서는 아침을 알리고 달걀을 낳는다. 죽어서는 치킨과 삼계탕이 돼 입을 즐겁게 한다. 닭이 버릴 것이 없듯, 닭띠 인물도 적재적소에서 우리를 풍요롭게 했다.

닭띠 배우가 사라지면 TV와 영화계는 캐스팅이 어려울 것 같다. 작년 시청률 38%를 기록한 드라마 '태양의 후예' 여주인공 송혜교(1981), '구르미 그린 달빛'과 '응답하라 1988'에 출연해 톱스타로 떠오른 박보검(1993), 한류 스타 전지현, 한혜진, 조인성도 모두 1981년생 닭띠다.

목청껏 아침을 알리는 수탉처럼 목소리도 빼어나다. 가수 조영남(1945), 남진(1945), 윤종신(1969), 아이유(1993) 등이 대표적인 닭띠 음악인. 지난해 MBC 복면가왕에서 장기 집권했던 '우리동네 음악대장' 하현우(1981)도 있다.

중세 유럽에서 닭고기는 풍족한 민생의 척도였다. 프랑스 국왕 앙리 4세가 일찍이 "일요일에는 모든 백성이 닭고기를 먹을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했을 정도. 한국에서는 구본무(1945) LG그룹 회장과 박삼구(1945) 금호아시아나 회장 등 대표적인 닭띠 경영인들이 경제 발전에 힘썼다.

중국에서는 춘추전국시대부터 투계(鬪鷄)를 즐겼다는 기록도 있다. 투쟁심이 강해 스포츠로 대성한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뤄냈던 홍명보(1969) 전 국가대표 감독과 전 프리미어리거 박지성(1981), 프로야구 최다 안타 기록을 세운 양준혁(1969)이 닭띠다.

민담과 전래동화에서 귀신은 광명을 알리는 닭 울음에 놀라 줄행랑친다. 닭띠는 외쳤다. 닭띠 퇴계 이황(1501)은 주희의 이기론(理氣論)을 완벽하게 이해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조선 성리학의 기초를 세웠다. 한국인 최초로 UN 산하기구 수장이 됐던 고(故) 이종욱(1945) WHO(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은 에이즈 확산 방지와 소아마비·결핵 예방을 위해 싸웠다. '아시아의 슈바이처'로 불렸던 그의 말로 한 해를 시작한다. "우리는 옳은 일을 해야 합니다. 올바른 장소에서, 올바른 방법으로."(WHO 사무총장 취임 연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