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불붙은 인공지능 경쟁… 정유업계, 올해도 최고 실적 기대

[항공 : 유가·환율 惡材]

지난해 항공사들은 저유가와 여행객 급증 혜택을 톡톡히 봤다. 하지만 새해 전망은 밝지 않다. 수익과 직결되는 유가와 환율이 최근 불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 지난 12월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합의 후, 지난 1년간 30~40달러대에서 움직이던 유가는 50달러대로 치솟았다. 달러 강세는 항공업계에 악재다. 항공기 등을 달러로 빌리는 경우가 많아, 그만큼 채무 부담이 늘기 때문이다. 더구나 글로벌 경기 침체로 항공 화물 수요도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저비용항공사(LCC)들 성장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게 지적이다. 국내 전체 항공업의 '파이'와 경쟁력이 커지는 건 반길 만하지만 저가 요금을 앞세워 무리한 경쟁을 벌일 경우, 서로 수익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통 : 불황의 그늘]

유통업계는 올해도 불황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꽁꽁 얼어붙은 소비 심리가 좀처럼 회복될 것 같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업종별 상황은 다르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등 오프라인 채널은 매출 회복이 쉽지 않아 보이지만, 온라인 쇼핑몰은 모바일 분야 급성장세를 기반으로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1인 가구 증가와 '혼밥·혼술'(혼자 먹는 밥과 술)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간편식이나 소포장 제품을 판매하는 편의점 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중 관계 악화로 방한 중국인 관광객 급감이라는 리스크를 안고 있는 면세점업계는 신규 점포 가세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낼 전망이다. 정보·기술(IT)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고객 맞춤형 전략, 온·오프라인 결합, 체험형 쇼핑 등 '신유통 기법'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 : 발주 가뭄]

국내외 건설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국내에선 민간 주택부문이 지난 2년여간 호황을 누렸지만, 올 하반기부터 후퇴 국면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올해 국내 건설 수주액을 전년보다 13% 감소한 127조원으로 예측했다. 이홍일 건산연 실장은 "입주 물량 급증과 금리 요인으로 민간 주택과 건설 부문이 먼저 위축되고, 공공 부문도 발주 물량이 줄어 앞으로 2~3년 동안 건설업계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해외 시장 전망도 낙관적이지 않다. 지난해 저유가 기조로 해외건설 수주액은 전년보다 40% 가까이 감소, 2007년 이후 처음으로 300억달러를 밑돌았다. 다만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합의로 유가가 오르면서 중동 지역에서 그동안 중단됐던 플랜트 공사 등 발주 물량이 다소 증가하리라는 기대가 있다.

[금융 : 로보 어드바이저]

올해 금융권에선 '로보 어드바이저(Robo Advisor· 로봇 자문)' 활성화로 자산운용업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로보 어드바이저는 컴퓨터 시스템을 통해 가격 빅데이터를 분석한 뒤 알고리즘(문제를 푸는 절차나 방법)을 만들어 자동 매매까지 해주는 인공지능 자산 관리 프로그램이다. 로보 어드바이저는 수많은 변수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판단하기 때문에 감정에 영향을 받는 인간을 앞선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공학이 발달한 미국은 로보 어드바이저 시장 규모가 지난해 3000억달러(약 360조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됐다.

국내에선 아직 펀드매니저 등 전문 인력이 로보 어드바이저 프로그램을 활용해 고객에게 자문·일임 서비스를 해주고 있지만 올 2분기부터는 로보 어드바이저가 직접 고객 성향에 맞는 투자 포트폴리오 자문과 일임 서비스를 할 수 있게 규정이 바뀐다. 금융 당국이 이를 위해 4월까지 유효성·안전성 테스트를 마칠 예정이다.

[정유 : 수출·내수 '맑음']

작년 사상 최대 이익을 낸 정유업은 올해도 호실적을 이어갈 전망이다. 산업연구원은 정유업계 수출이 작년보다 10.7%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 감산 합의로 국제 유가가 회복하면서 석유 제품 수출 단가가 상승하고, 국내산 고품질 석유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 작년에 이어 올해도 수송용 석유 제품 수요가 늘면서 내수(內需)는 4.3%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내수 모두 성장하면서 총생산은 2.2% 증가가 예상된다.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전문가들은 중국산 석유 제품이 대량 유입되거나, 중국 경기 위축으로 석유 수요가 감소하면 정유업계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산유국 감산 합의 불이행, 미 트럼프 정부의 에너지 정책 등도 변수다.

[자동차 : 新車 러시]

지난해 국내 자동차 판매량은 경기 침체 등 여파로 전년보다 2.3% 줄어든 180만대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도 경제성장률 둔화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이 계속돼 지난해보다 2.8% 감소한 175만대가 팔릴 것으로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예측했다. 다만 수입차는 다양한 신차가 출시될 예정인 데다 아우디·폴크스바겐 판매가 재개될 것으로 보여 지난해보다 4.7% 증가한 27만대 정도 팔릴 전망이다. 국산차 업체들은 적극적인 신차 출시로 수입차 공세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현대·기아차는 중형 세단과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등 최소 12종을 출시할 계획이며, 르노삼성은 모기업 르노의 소형 해치백(뒷좌석과 트렁크가 연결된 형태) '클리오'를 선보인다. 한국GM 쉐보레는 전기차 '볼트(Bolt) EV'를 출시하고, 쌍용차는 상반기에 프리미엄 대형 SUV Y400을 공개한다.

[철강·조선 : 올해도 '흐림']

포스코경영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내수 철강 수요는 올해보다 1% 줄어든 5618만t에 그칠 전망이다. 국내 조선업과 자동차 업계 부진에 그동안 선방했던 건설 부문까지 성장 둔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반면 수출은 올해보다 3.3% 늘어난 3214만t을 기록해 내수 부진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원자재 가격 인상과 중국의 구조조정 효과 등으로 전 세계 철강제품 가격이 오르는 추세라 국내 철강업체들 수익성은 다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선업 발주 가뭄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는 내년 수주 목표를 올해 절반 이하로 낮춰 잡고 있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극심한 수주절벽에 직면한 조선업 현 상황은 내년에도 이어지다가 2018년부터 회복될 전망이다.

[IT : OLED 급성장]

올해 IT(정보통신 기술) 업계 가장 큰 화두는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기술 경쟁이 될 전망이다. 미국 애플·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은 물론, 한국의 삼성전자·LG전자 등도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서비스 개발 경쟁에 치열하게 나설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출시하는 갤럭시 S8에 처음으로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서비스를 탑재하고, LG전자는 머신러닝을 적용한 사물인터넷(IoT)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구글·애플 등도 자체 인공지능 서비스를 고도화해 사용자에게 일대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부품 업계에서는 데이터 저장용 반도체인 낸드플래시와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OLED(유기 발광 다이오드)가 급성장할 전망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도시바·마이크론 등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은 올해 들어 경쟁적으로 낸드플래시 생산 시설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경기도 평택 반도체 공장에서 낸드플래시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고, SK하이닉스도 충북 청주 공장에 15조원 이상을 투자, 낸드플래시 공장 건립에 나선다. 도시바·마이크론 등도 일본·중국에서 공장 증설에 나서고 있다. OLED는 애플 아이폰 탑재를 시작으로 글로벌 스마트폰 업계의 표준 디스플레이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