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예술, 자연… | 가수 김도향] “산은 소리로 인간을 치유하는 완벽한 종합병원이에요”

“어느 날 난 낙엽 지는 소리에 갑자기 텅 빈 내 마음을 보았죠. 그냥 덧없이 흘려버린 그런 세월…. 잃어버린 것이 아닐까, 늦어버린 것이 아닐까. 흘려버린 세월을 찾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가을의 끝자락이다. 인간의 황혼과 같은 것일까. 낙엽 밟는 소리가 커질수록 마음의 쓸쓸함과 고독도 깊어만 간다. 한 해의 끝을 앞두고 지난 시간을 되뇌어본다. 어김없이 쓴 웃음과 함께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라고 읊조린다. 누구나 인생의 허무함을 곱씹으며 한 번쯤 흥얼거려봤을 이 노래는 가수 김도향(71)의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이다.

이 노래는 1980년 당시 크게 히트했지만 36년이 지난 오늘에도 중장년, 청년층을 가리지 않고 널리 불리고 있다. 좋은 노래는 세월을 초월한다는 말이 맞다. 더불어 좋은 가수도 세월을 초월해 사랑받는다. 그가 대표로 있는 마포구 공덕동의 서울오디오 사무실에서 만난 김도향은 텁수룩한 수염과 트레이드마크인 마도로스 모자를 쓴, 상상했던 ‘푸근한 할아버지’ 그 모습 그대로였다.

Q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에서 DJ를 맡으셨지요? ‘DJ 김도향’이 참 잘 어울립니다.

A “늘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걸 즐기는 편인데, 이제 나이 먹고 발길이 좀 무거워지니깐 지난 4월부터 라디오 DJ에 도전해 봤죠. 2시간 동안 팝송과 가요를 1시간씩 틀어요. 청취자들 사연도 읽어 주고요. 재미있어요. 사실 몇 십 년 동안 음악을 만들어내기만 하고 듣는 기회는 거의 없었거든요. 광고음악으로 다 비워 내고 명상음악으로 바닥까지 싹싹 긁어 뽑아내고 나니 그야말로 하얗게 되더라고요. 그러던 중 라디오 DJ를 하면서 음악을 원 없이 들으니 너무 황홀해요. 음악 듣는 삼매경에 빠졌죠.”

광고음악 3,000여 곡 부른 ‘CM송의 대부’

어릴 적 영화감독을 꿈꾸고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에 들어간 김도향은 뜻밖의 생활고 때문에 가수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군에서 제대한 1970년에 친구 손창철과 함께 ‘투코리안스(TWO KOREANS)’라는 남성 듀오로 데뷔해 ‘벽오동 심은 뜻은’이라는 노래를 발표했다.

굿거리장단에 황진이의 시조를 가사로 풀어내고, 그의 시원하게 내지르는 발성으로 부른 이 노래는 당시 ‘파격적’이라는 반응을 얻으며 소위 ‘대박’을 쳤고 김씨는 단숨에 스타가 되었다. 이후 1980년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를 비롯해 1983년 조영남과 듀엣으로 부른 ‘꿈의 대화’ 등 주옥같은 히트곡을 남겼다.

‘가수 김도향’으로서 큰 명성을 쌓았지만 그를 두고 이야기할 때 광고음악(CM송)을 빼놓을 수 없다. “아름다운 아가씨~ 어찌 그리 예쁜가요~”, “우리 집 강아지 뽀삐~”, “이상하게 생겼네~ 비비 꼬였네 들쭉날쭉해~”, “찬바람이 싸늘하게 두 뺨을 스치면~”, “맛동산 먹고 즐거운 파티~” 등 주옥같은 광고음악이 모두 그의 작품이다. 과연 ‘CM송의 대부’라 불릴 만하다.

Q 제가 옹알이할 때부터 입에 달고 다녔던 노래들입니다. 도대체 몇 곡이나 만드신 건가요?

A “한 3,000곡 되려나, 그중 1,500곡 정도는 직접 불렀고. 그런데 정확히는 저도 잘 몰라요. 첫 번째 작품이 1973년에 만든 ‘줄줄이 사탕’이었어요. ‘아빠 오실 때 줄줄이~, 엄마 오실 때 줄줄이~’ 뭐 이렇게 시작하지요. 다행히 이 곡이 히트하면서 여기저기서 CM송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이 몰려들었죠. 1975년에는 광고음악 전문 업체인 서울오디오를 차렸어요. 한창 때는 하루에 20~30곡도 썼어요. 한 곡당 서너 개의 안을 만들었으니까 하루에 50~60개의 곡을 쓴 셈이죠. 갑자기 제품을 들고 와서 ‘내일까지 만들어 달라’는 경우도 있었어요. 경쟁 광고주에게 CM송이 바뀌어 전달되는 등 웃긴 일도 많았어요.”

그가 만드는 CM송은 만드는 족족 히트를 쳤다. 광고 관련 상도 여러 번 수상했다. 1980년에는 슈베르트의 세레나데 중 하이라이트 부분을 디스코풍으로 편곡한 이색적인 CM송으로 ‘광고계의 아카데미상’에 비견되는 ‘클리오 국제광고제’ 라디오광고부문에서 최고상을 받았다. 이후로도 1984년과 1985년, 같은 광고제에서 세 번 더 수상하고 각종 국내외 광고제에서 수상하는 등 명실상부 광고음악가로서 전성기를 달렸다.

돈도 많이 벌었을 법한데 그는 “생각만큼은 못 벌었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저작권이란 개념이 거의 없어서 제품의 히트와 CM송의 히트는 별개였다는 것. 그는 “그 노래들에 전부 저작권이 있었다면 벌써 재벌이 됐을 것”이라며 웃었다.

Q CM송 작업을 평생 직업으로 할 수도 있었을 텐데요.

A “7여 년을 CM송 만들며 정신없이 살다 보니 회의감이 밀려왔어요. 작곡하고 편곡하고 녹음하고 믹싱, 마스터링 작업까지 하다 보면 일주일에 절반은 밤을 샜죠. 사람들이 나보고 곡 잘 썼다고 하는데, 스스로 생각하기에 전부 내가 한 것 같지 않고, 도대체 내가 누구지? 그런 의문점들이 막 생기기 시작했죠. 그러다 만든 곡이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예요.”

Q 그리곤 산으로 들어가신 거군요.

A “사람들이 제가 도사처럼 입산수도(入山修道: 산에 들어가 도를 닦음) 했다고 하는데 그건 와전된 거예요. 그냥 틈틈이 산에 다닌 거죠. 저도 가족이 있는데 어찌 그럴 수 있었겠어요. 그냥 마음이 복잡할 때면 먹을 거 조금 싸들고 산에 올라가 작은 암자 같은 곳에 얼마간 머무르며 명상하면서 스스로 고요해져 보는 거죠.”

명상음악가로 변신

산을 다니며 명상에 빠지면서 그는 또 한 번의 변신을 꾀했다. 1990년 태교명상음악을 발표하면서 명상음악가로 변신한 것. 무려 30곡에 달하는 대작이었다.

Q 어떤 앨범이었나요?

A “어떤 계기로 태아에 대한 중요성을 깨달으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태교에 대해 잘못 생각하는 것들이 참 많구나’ 생각했어요. 그런 점을 제대로 전해주고 싶었어요. 말하자면 ‘임신 10개월 동안 마음을 이렇게 써라’ 하는 태교음악을 만든 거죠. 물소리에 맞는 음악이 어우러져야 그 기운이 밥 먹듯이 몸으로 들어와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요.”

그는 “보통의 자연 속 소리를 담은 것 같지만, 사실은 치밀하게 임신 개월 수를 계산해 그에 맞는 소리를 담았다”고 말했다. 가령 종달새와 꾀꼬리의 울음소리는 위장에, 부엉이 소리는 담에 작용한다. 임신 개월 수에 따라 기운이 더해져야 하는 내장기관이 있으니, 그에 맞춰 어울리는 소리를 듣게 하는 것이 태교명상음악의 핵심이다. 가령 기운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와야 하는 출산 전에는 그런 작용을 하는 폭포소리로 음악을 만드는 식이다.

Q 광고음악을 만들 때와는 많이 달랐나요?

A “음악을 만든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죠. 하지만 명상음악은 좀 길죠. 음악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붙잡아 명상에 이르게까지 하는 시간이 20분 정도 걸려요. 20분이 지나야 비로소 깊은 명상 상태에 들어가게 되지요. 이때부터 음악에 치료적인 요소를 넣습니다. 1시간 길이의 명상음악에서 그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면 한 곡을 만드는 데 한 달이 걸리기도 했어요. 이런 것이 15초, 30초짜리 CM송과는 다른 점이지요. 그렇게 1시간짜리 음악을 30곡 만드는 데 10년 걸렸어요. 거의 반 미쳐서 만들었죠. 벌어놓았던 돈도 많이 까먹었고요. 그래도 그 음악이 도움이 많이 됐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보람 있죠.”

명상음악을 만들던 그는 2000년 들어 다시 가수로 돌아왔다. 명상공부에 빠지면서 더는 노래를 부르지 않겠다고 결심한 터였다. 오랫동안 노래를 부르지 않은 탓에 사람들에게 ‘내 노래를 들어 달라’고 구걸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김도향의 노래에 치매노인 10년 만에 말문 터져

Q 어찌 마음을 돌리셨나요?

A “이건 좀 많이 알려진 이야긴데, 2001년에 제주도의 한 치매노인 요양원에 뜻하지 않게 공연 ‘땜빵’을 하러 갔었어요. 노래를 부르려 하는데 한 할머니가 벌떡 일어나시더니 ‘김도향이다!’ 하고 소리치는 거예요. 그런데 옆에 사람들이 다 울더라고요. 알고 보니 그 할머니가 10년 동안 말씀을 못 하셨는데 저를 보고 말문이 트였다는 거예요. 그 소리를 들으니 뭔가 번쩍하더라고요. ‘내가 가수라는 게, 노래를 부른다는 게 참 놀라운 것이었구나. 죽을 때까지 가수나 해볼까….’ 그래서 다시 노래를 부르기로 했죠.”

그렇게 다시 무대에 나선 그는 마지막 솔로 앨범을 낸 지 25년 만인 2005년 ‘Breath’ 앨범을 냈다. 그런데 앨범에 참여한 이들이 의외다. DJ DOC의 김창렬이 프로듀싱을 맡았고, 업타운의 정연준, 윤종신, 김반장, 하림, 거미 등 기라성 같은 젊은 후배들이 작사·작곡, 피처링 등으로 곡 작업에 참여했다. 이후에도 그는 데프콘 등의 후배들과 곡을 냈고, 2014년에는 울랄라세션과 함께 ‘My Life’란 곡을 발표했다.

Q 젊은 후배가수들과 자주 함께 작업하십니다. 잘 어우러지기도 하고요.

A “그런가요? 하하. 젊은 후배들과 작업하는 일은 늘 즐겁지만 가끔은 자아를 상실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나이 먹고 인생이 깊어가면서 흐름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 흐름을 잠시 끊어야 하거든요. ‘내 음악은 어디로 가고 있나’ 하는 고민을 많이 했었죠. 그래서 내년부터는 제 자아를 찾는 작업을 하려고 해요. 아주 쉬운 가요를 구상하고 있어요. 멜로디도 쉽게, 가사도 쉽게 이제까지 붙잡고 있었던 힘을 다 빼고 동요처럼 편안한 노래를 만들어볼까 해요. 그게 제 음악이니까요.”

Q 최근 후배가수들이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를 즐겨 부릅니다.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노래 중 하나죠.

A “내가 젊었을 때 쓴 노래가 요즘 젊은이들과도 맞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어린 후배들이 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면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아요. 그저 따라 부르기만 하는 게 아니라 그 노래의 감성을 잘 이해하고 있더라고요. 오디션 프로그램이 많이 생기면서 젊은이들의 음악수준이 굉장히 높아졌어요. ‘음악계의 김연아’가 무척 많아요. 우리나라 가요가 세계를 휩쓸 날도 멀지 않았다고 봅니다.”

그는 얼마 전 척추수술을 했다. 늘 앉아서 작곡을 하다 보니 허리가 망가진 것이다. 게다가 라디오 DJ를 맡으면서 산과 더욱소원해졌다고 한다.

Q 예전엔 주로 어디 산을 가셨었나요?

A “산세나 기운이 좋은 산을 주로 갔어요. 소백산이나 태백산 같은 곳이오. 서울에선 거의 관악산만 갔어요. 1,000번 가까이 갔을 거예요. 북한산도 좋은데 그 기운이 저하고는 좀 안 맞는 거 같아서 자주는 안 갔어요. 산의 기운이 나와 맞는다는 건 산에 올랐을 때 내가 기분이 좋아지는 거예요. 어느 산은 좀 거칠고 강한 기운이 들어요. 그런 산은 자신과 기운이 안 맞는 거죠.”

Q 산에 오르면 무엇이 좋은가요?

A “산을 오른다는 것 자체가 이미 명상에 빠지는 거예요. 사람들이 산에 와서 떠들고 하는 것을 스트레스 해소하는 것처럼 생각하는데 그게 아닙니다. 8~9부 능선 정도를 지나면 발가락 하나 움직이기 어려워져요. 그때는 너무 힘들어 마음조차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지요. 그때가 바로 엄청난 명상 상태예요. 속세에서는 쉬이 느끼기 어려운 그 느낌 때문에 힘든 줄 알면서도 또 산을 찾게 되는 거죠. 에베레스트 정상을 향하는 산악인들을 보세요. 그들도 마지막 몇 미터를 위해 목숨을 걸고 걷고 또 걷잖아요. 그것이 최고의 명상이에요. 무아지경, 인간으로선 극치로 가는 거죠.”

Q 최고의 명상 상태라는 걸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A “순간 그냥 고요해져요. 갓난아기가 막 울다가 엄마 품에 안겨 젖을 물고 울음을 뚝 그치면서 평온해지는 느낌. 나에게 맞는 산에 오르면 그런 기분이 들어요. 아무 생각도 안 나고 한없이 푸근해서 내려가고 싶지 않죠.”

Q 산악자전거도 좀 타셨더라고요.

A “아유~, 잠깐 타다가 그만뒀어요. 가수 김세환이 막 우겨서 탔는데 한 번 대차게 넘어졌어요. 머리부터 떨어졌는데 다행히 헬멧이랑 보호장구를 잘 착용하고 있어서 크게 다치지는 않았죠. 그런데 이게 젊었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나이가 들면 후유증이 크겠더라고요. 그래서 자전거도 아는 사람에게 줘버리고 그때부터 타지 않았지요.”

허리가 다 나으면 가장 먼저 산에 가고 싶다는 그는 “산만큼 좋은 병원이 없다”고 말했다.

Q 요즘 산에 다니는 사람이 많아진 것도 그런 점 덕분이 아닐까요?

A “맞습니다. 산은 완벽한 종합병원이에요. 모든 몸과 마음의 병을 치유할 수 있는 곳입니다. 그래서 산에 이런저런 시설을 설치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에요. 그런 것들이 생기면 산세가 바뀌고 그 산이 가진 고유의 기운이 바뀌어 버려요. 산이 내는 소리들은 인간을 치료하는 파장이에요. 아이들에게 ‘쉬~’ 소리를 들려주면 소변이 마려운 것과 마찬가지예요. 산을 열심히 오르는 것도 좋지만, 양지바르고 바람이 적은 곳에 앉아서 산의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을 치료할 수 있어요. 음식보다 신체에 더 영향을 주는 것이 소리예요.”

‘바보처럼 계속 살지 않겠다’ 다짐하며 살아와

그는 인터뷰 다음날, 미국으로 건너가 공연을 한다고 했다. 일흔을 넘긴 나이, 아직도 여기저기서 그를 찾는 팬들이 많다.

Q 허리도 안 좋고 스케줄도 빡빡한데, 괜찮으시겠어요?

A “그동안 해외 공연을 잘 안 갔어요. 워낙 비행기 타는 걸 힘들어 하거든요. 그런데 데뷔 46년을 맞아 되돌아보니 여태 미국에서 공연을 한 번도 안 했더라고요. 그분들은 김도향을 직접 보고 싶어도 제가 가지 않아서 못 본 거잖아요. 전국 곳곳을 다니며 공연하면서 많은 걸 배워요. 50여 년간 노래를 불렀는데 그분들은 저를 처음 보는 거잖아요. ‘아, 내가 이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서 이렇게 즐겁게 노래하며 살고 있는데, 어찌 지금까지 눈길 한 번 주지 못했을까’ 싶더라고요. 그런 죄의식이 생겨서 ‘이제는 그동안 가지 못했던 곳을 찾아서 이야기도 나누고 노래도 들려드리고 웃음도 나누자’ 그런 마음이에요.”

Q 노래는 말할 것도 없고 입담도 좋으시니 공연에서 인기가 아주 좋으시죠?

A “그런 편이죠. 하하. 어떤 분들은 제가 이야기하면 막 좋아서 울어요. 앞으로는 토크콘서트 같은 걸 하고 싶어요. 노래에 어울리는 철학 이야기도 하다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하고요. 민낯으로 포장하지 않은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평생에 한 번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린데 화장하는 것처럼 겉만 번지르르하게 꾸밀 필요 없잖아요.”

그는 반평생 넘게 음악과 함께하면서 젊은 시절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라고 자조했지만 ‘난 참 바보처럼 계속 살지는 않을 것’이라 다짐하고 여기까지 왔다. 누구의 인생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의 젊음은 불처럼 타올랐었고 깊은 좌절에 빠졌었으며 깊은 명상의 시간을 지나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더 이상 바보처럼 살면 안 된다. 잃어버리지 않았다. 늦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의 말마따나 우리의 인생은 ‘항문 조이듯이’ 끝까지 조여 볼 만한 것이 아닌가 싶어졌다.

“야, 기분 좋다 정말. 내가 오늘도 이렇게 살아 있단 그 하나로 행복하다. 나의 인생아 …(중략)… 인생이 뭐 별거 있더냐 한바탕 놀다가 가는 거지. 인생에 답이 어디 있냐 틀려도 누가 뭐라더냐 바람 따라 이렇게 흘러가면 되지.”

-김도향 ‘MY LIFE’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