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1.04 03:04 | 수정 : 2017.01.04 08:11

[녹차맛 과자 열풍]

풍부한 맛 내려 말차 넣기도
마냥 안 달고 쌉싸래해 인기

다디단 맛에 질린 걸까. 수퍼마켓 과자 진열대를 휩쓸었던 단맛 열풍이 주춤해지고 쌉싸름한 맛이 떠올랐다. 허니(꿀)맛, 바나나맛에 이어 녹차맛 과자가 새로운 대세가 됐다.

녹차가 들어간 초코파이.
녹차가 들어간 초코파이. /오리온
녹차 과자가 본격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한 건 석 달 전부터다. 오리온이 지난해 10월 녹차 브라우니(초콜릿 케이크)를 선보였고, 11월에 내놓은 녹차맛 '초코파이情'은 한 달 만에 낱개로 1000만 개가 팔렸다. 롯데제과의 '드림카카오 그린티', '카스타드 그린티라떼', '찰떡파이 녹차', 해태제과의 '오예스 녹차'도 하반기에 나왔다.

풍부한 맛을 내기 위해 일반 녹차 대신 말차를 쓴 과자도 많다. 말차는 녹차 잎을 가루 내서 물에 타 마시는 차다. 잎을 우려내는 일반 녹차보다 맛이 진해 일본 등에서 인기가 높다. 오리온 초코파이 담당 김효은 과장은 "녹차를 좋아하는 소비자일수록 진한 맛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 초코파이에 말차를 사용한다"고 했다.

제과업계에서는 단맛에 지친 소비자들이 새로운 맛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본다. 작년 상반기 최고로 유행한 과자 맛은 바나나맛이었고, 그 전에는 '허니버터칩'을 비롯한 꿀맛 과자가 인기였다. 쉽게 물리는 단맛을 너도나도 내세웠다. 요즘엔 마냥 달콤하기보다는 끝이 쌉싸래한 단맛을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초콜릿에 녹차를 더한 과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소비자들이 예전에 비해 녹차 맛에 익숙해진 것도 원인이다. 수년 전에도 녹차 과자나 아이스크림이 종종 나왔지만 "녹차는 우려내서 마신다"는 인식이 강해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그러다 최근 들어 녹차맛 음료와 디저트가 다양해지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녹차 맛이 재평가되고 있는 셈이다.

예컨대 스타벅스코리아가 작년 9월 출시한 차(茶) 음료 '티바나'는 녹차 열풍에 힘입어 열흘 만에 100만 잔 넘게 팔렸다. 총 8종의 음료 중에서 녹차와 커피, 우유로 만든 '샷 그린티 라떼'가 50만 잔으로 전체의 절반이었다. EJ베이킹스튜디오 이은정 셰프는 "녹차와 우유가 만나면 녹차 특유의 떫은맛은 줄어들고 우유의 은은한 단맛이 살아난다"며 "녹차는 건강식품이라는 이미지가 있고 시각적으로도 선명한 녹색을 낼 수 있어 디저트에 자주 활용된다"고 말했다.

국내 녹차 생산과 소비의 불균형에서 원인을 찾기도 한다. 음식평론가 강지영씨는 "한국은 일본이나 중국처럼 다도(茶道)를 즐기는 나라는 아니다"며 "국내 녹차 생산은 늘었는데 소비가 부족하다 보니 과자 등으로 녹차를 활용하는 길을 찾으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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