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살며시 어깨에 올라와 희망을 건넨 고양이

고양이 좋아하는 사람들은, 주인이 고양이를 고르는 게 아니라 고양이가 주인을 선택한다고 믿는다. 요즘은 '집사로 간택받았다'고도 말한다. 고양이의 '품행'이 워낙 사람 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 도도해서 나온 말일 것이다. 4일 개봉하는 '내 어깨 위 고양이, 밥'(감독 로저 스포티스우드)은 영국 런던의 길거리 음악가 젊은이가 길고양이 '밥(Bob)'에게 운명처럼 '간택'받은 뒤 서로 의지하며 상처를 치유해가는 이야기다. 실제로 고양이를 어깨에 얹고 거리에서 노래하는 영국 청년 '제임스 보웬'의 실화. 수년 전 외신을 통해 화제가 됐고, 같은 제목의 책이 국내에도 번역 출간됐다.

느닷없이 제임스의 집에 들어온 상처입은 길고양이. 거리의 가수 노릇도 신통치 않아 당장 밥을 굶을 형편이던 그는 생활비를 털어 이 고양이를 치료한다. 그런데 이 녀석, 도통 곁을 떠나지 않는다. 처음 어깨에 고양이를 얹고 거리에 나간 날, 사람들은 기적처럼 그의 노래에 귀 기울이기 시작한다. "사랑스러운 '진저'(ginger·노랑 줄무늬 고양이의 별칭)네요. 당신을 선택했으니, 이제 평생 함께 할 거예요." 한 행인은 제임스에게 "사람 친구보다 훨씬 나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한다. 고양이 '밥'은 곧 그에게 마약 중독을 이겨낼 힘, 화해와 사랑을 가져다준다.

영화 속 고양이는 훈련된 동물이 아니라 이 실화의 실제 주인공 '밥'. 깜찍하기가 상상을 초월한다. 카메라가 가끔 고양이 시점으로 바뀌는데, 묘하게 사람과 고양이의 교감에 감정이입하게 하는 재치가 있다. '고양이 시점의 런던 관광'인 듯, 빨간 이층버스 안이나 제임스의 어깨 위에서 바라보는 런던 명소들도 눈길을 끈다. 제임스는 노래한다. "누구인가요, 당신을 살게 하는 이. 희망이 사라져도 멈추지 말아요, 삶은 돌고 도니까요." 영화를 보고 나면, 고양이 한 마리 키우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상영시간 103분, 12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