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군함도·신과 함께… 외화는 덩케르크·원더우먼"

어질어질하다. 올해 우리 영화는 저승사자와 지옥에 가고(신과 함께), 병자호란의 전란을 겪다가(남한산성), 일제 강제 징용지 하시마(군함도)와 1980년대 광주민주화운동 현장(택시운전사)까지 따라간다. 외화도 어마어마하다. '인터스텔라' 감독의 2차 대전 영화(덩케르크)가 있고, 블레이드 러너, 에일리언, 울버린, 캐리비안의 해적, 트랜스포머, 킹스맨이 돌아온다. 어떤 영화를 기다리면 좋을까.

그래서 물어봤다. 멀티플렉스 극장 편성 프로그램 담당자들에게. 영화의 흥행 가능성을 먼저 가늠하고, 개봉 뒤 관객 반응에 발 빠르게 대처하는 박스오피스 최전선의 조율사들이다. 이들의 기대는 관객의 기대, 흥행 결과와도 일치할 가능성이 높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의 편성팀은 올해 어떤 영화를 기대하고 있을까.

◇여름 우리 영화 '3강(强) 대결'

우리 영화는 체급이 달라진다. 제작비 200억원을 넘는 대작들이 쏟아지는 것. 극장가 최대 시장인 여름휴가철이 승부처다. 제작비 270억원 선으로 소문난 '군함도'는 일찍부터 최고 기대작으로 손꼽혔다. 일제강점기 '하시마'(군함도)에 강제 징용된 조선인들의 탈출기. CGV 편성팀은 "천만 영화 '베테랑'의 류승완 감독과 배우 황정민이 다시 만났는데 기대 않는 게 이상하다"고 했다. '신과 함께'(감독 김용화)는 전·후편이 한꺼번에 만들어지고 있다. 제작비는 400억원가량. 저승에 간 망자들이 여러 지옥을 거치는 웹툰이 원작으로 CG 품질이 흥행 열쇠다. 시각 효과(VFX) 업체 '덱스터' 대표도 겸하는 김 감독이 공력을 쏟고 있다. 국민배우 송강호가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현장에서 독일 기자를 안내하는 택시기사로 나오는 '택시운전사'도 여름 극장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높다. 메가박스 편성팀은 "흥행 보증수표인 세 배우 황정민(군함도), 하정우(신과 함께), 송강호(택시운전사)의 맞대결이라 더 흥미롭다"고 했다. 넷플릭스 투자를 받아 제작비만 600억원 넘게 들어갔다는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옥자'도 올해 봄 개봉이 유력하다. 집채만 한 유전자 조작 돼지가 나온다는 소문만 돌 뿐 내용은 베일에 싸여 있다.

◇외화는 '돌아온 전설들' 각축

우리 관객이 유별나게 사랑하는 천만 외화 '인터스텔라'의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은 2차 대전 실화 '덩케르크'로 돌아온다. 나치 독일군에 퇴로가 끊겨 몰살당하거나 포로가 될 위기의 영국·프랑스 등 연합군 병력 34만명을 철수시킨 기적 같은 이야기. 여름 극장에서 한국 영화 대작들과 맞대결을 벌일 예정이다. 3월엔 돌연변이 울버린 영화 '로건'이 온다. 이십세기폭스 관계자는 "휴 잭맨이 마지막으로 울버린을 연기한다. 시리즈 중 가장 인간적인 울버린"이라고 했다. 6월엔 '원더우먼'이 온다. 마블코믹스를 원전 삼은 '어벤저스'(아이언맨, 헐크 등) 시리즈와 달리 그리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한 "DC 코믹스 원작 '저스티스 리그'(수퍼맨, 배트맨 등) 시리즈의 앞날을 가늠할 영화"(롯데 편성팀)라 기대가 쏠린다. 전설적 SF '블레이드 러너'와 '에일리언'도 속편으로 부활한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에일리언: 커버넌트'는 전작 '프로메테우스'에서 이어지며 1979년 시작된 에일리언 3부작으로 연결되는 새 3부작의 첫 작품이다. '블레이드 러너 2049'에는 전설적 SF영화 '블레이드 러너'에서 정체성 혼란에 빠진 안드로이드 '데커드'를 연기했던 해리슨 포드가 '라라랜드'의 라이언 고슬링과 함께 출연한다. 국내에서 유독 흥행했던 빈티지 첩보 액션 '킹스맨'의 속편 '킹스맨: 골든 서클'도 있다. 전편에서 죽은 줄만 알았던 '해리'(콜린 퍼스)가 살아 돌아오는데, 이번엔 악당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