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1.06 15:37

[스페인-포르투갈 답사기] [4] 포르투갈 파티마(Fatima)

우리나라의 경주 느낌이 나는 톨레도를 돌아본 후 다음 행선지 포르투갈의 파티마로 향하였다.

세계 3대 성모발현지(포르투갈 파티마, 멕시코시티의 과달루페, 프랑스의 루르드)중 하나로 가톨릭 신도라면 누구나 가보고 싶어하는 곳인데 비록 수년째 냉담 중이기는 하지만 분명한 가톨릭 신자인 필자에게도 가슴 떨리는 방문이었다.

포르투갈 파티마(Fatima)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인접한 국가이며 비슷한 언어를 사용하는 나라이자 같은 EU 국가인지라 별도의 출입국 절차 없이 입국과 출국을 할 수 있다. 우리가 탄 관광버스는 아무런 제지나 확인절차 없이 언제 포르투갈로 입국하였는지 알지도 못한 채 국경을 넘어섰다.

스페인에서 포르투갈로 넘어가는 길에 만난 시골 마을 풍경, 톨레도에서 파티마까지는 차량으로 6시간쯤 걸린다.

외국 여행, 특히 유럽 여행 중 부러운 것이 이런 입출국 상황인데, 대륙의 끝에 속하여 있지만, 북한에 가로막혀 섬나라 신세인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참으로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언제나 육로를 통하여 중국, 몽골,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달려볼 수 있을까?

파티마 성모발현

포르투갈에서 기적의 성모발현(성모가 모습을 드러냄)이 일어 난것은 지금으로부터 99년 전인 1917년 5월 13일의 일이다.

당시 양을 치던 어린 남녀 3명, 루치아(10세)와 그의 사촌 남매 히아친타(7세), 프란치스코(9세)는 갑자기 나타난 성모 마리아를 만나게 되는데 그들이 누구인지 모르는 아이들은 귀부인이라고 표현하면서 자신들이 겪은 일을 간직한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처음 성모를 만난 루치아 등 아이들이 묻기를 '우리도 천국에 갈 수 있나요?'하니 '갈 수 있다'고 대답했으며, 그럼 최근에 죽은 친구 2명은 지금 천국에 있는지를 묻자 '한 친구는 천국에 있고, 다른 친구는 연옥에 있는데 세상 바뀔 때까지 연옥에 있을 것'이라고 함으로써 연옥이 세상 바뀔 때까지 존재한다고 알려주었다. 아이들에게 지옥을 보여주는 등 3가지 예언을 했는데 첫째와 둘째는 (당시 한참이던) 1차 세계대전이 끝나리라는 것과 러시아 공산주의 등장과 결국 회개한다는 것이었는데 소련의 몰락과 동유럽의 변화로 증명되었으나 세 번째 예언은 교황청에 비밀로 보관되어 교황만이 열람할 수 있게 되면서 구구한 억측과 해석을 낳게 되는 과정을 겪는다.

5월 13일에 시작된 성모발현은 그 후 매달 한 차례씩 6번을 반복하여 10월 13일까지 이어졌다.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성모발현을 직접 보고자 몰려들기 시작하였으며, 이를 분열책동이라며 강제로 막으려는 정부 당국에 의하여 아이들은 감금되기에 이른다.

그리하여 6월 13일과 7월 13일에 이어 8월 13일의 발현 때는 아이들이 격리되었으며 뒤늦게 19일에서야 성모를 보게 되었고, 성모는 다른 사람이 믿을 수 있도록 10월 13일 발현 때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려주고 무엇을 원하는지 말하겠으며 사람들이 믿도록 기적을 보이겠노라고 말하니 그날에는 7만 명이 넘는 인파가 이 조그만 마을에 몰려들었고 오후가 되자 억수같이 비가 쏟아지다가 그친 후 많은 사람은 갑자기 태양이 빙글빙글 돌면서 여러 가지 색깔을 발현하다가 수직으로 사람들에게 떨어지는 체험 후에 제자리로 돌아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뿐 아니라 수십Km 떨어진 곳에서도 목격되었다고 하는데 그와 동시에 퍼붓던 비에 젖은 것들이 일순간에 말라버렸다고 한다. 이 마지막 발현 때에 성모는 자신이 로사리오의 모후이며 기도하며 보속하라는 말과 함께 성당을 지을 것과 자신을 믿으면 구원받을 것을 말하니 이는 프랑스 루르드 발현의 메시지와 같은 내용이라고 한다.

세 어린이의 죽음

자신들도 하늘나라에 갈 수 있는지 물었을 때 갈 수 있다는 대답과 함께 2명은 일찍 데려갈 것이나 루치아는 좀 더 남아서 세상에 나를 알리는 일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아이들은 오히려 기뻐했다. 이 예언을 숨겨지지 않았다는데 실제로 프란치스코와 히아친타는 1919년 유럽을 휩쓴 스페인 독감으로 사망하였고 루치아는 수녀가 되어 평생을 지내다가 2005년 97세로 생을 마쳤다.

파티마 바실리카 대성당

2017년이면 파티마에 성모가 발현한지 100년이 된다. 그때 성모가 발현한 작은 마을에는 1928년에 공사를 시작하여 1953년에 바실리카 대성당이 완공, 봉헌되었으며 늘 많은 순례객이 찾아와 참배를 그치지 않는 명소가 되었다. 비록 밤늦게 도착하여 야경으로 만나 본 모습이지만 파티마 성당은 잊히지 않는다.

아마 100주년을 즈음하여 이곳에 발 디딜 틈도 없이 많은 사람이 찾아와 기도하고 회개하고 예배 올리리라.

광장에 서면 정면에 보이는 바실리카 대성당, 십자가 종탑이 높게 솟아있다.
왼쪽으로는 성모 발현 장소에 세워진 성모 발현 예배당. 밤에도 계속 기도가 이루어진다.
광장 뒤쪽의 성 삼위일체 성당. 이 밖에도 크고 작은 기도실 등 많은 건물과 예배실이 있으나 늦은 시간이라 야경만 보아야 했다.

포르투갈의 파티마. 100년 전 성모 발현의 기적을 체험한 사람들이 부러워지는 곳이다. 평상시 세속의 삶에 죄를 짓는지도 모르고 찌들어 살다가 어쩌다 한번 성당에 가거나 성지순례를 할 때면 절절히 반성하고 다짐하지만 이내 속인으로 돌아가는 자신의 모습이 이날 따라 작고 초라해 보였다. 그래도 가톨릭 신자들이 그렇게 가보고 싶어한다는 성모 발현지를 잠시나마 둘러보게 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하면서 언제고 3대 발현지를 모두 둘러보자 다짐하며 성당 근처에서 성물(聖物) 몇 점을 사는 것으로 마음을 달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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