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위안부 합의… 文 "새 협상 필요" 潘 "재협상 가능"

주요 대선 주자들은 부산 일본 총영사관 소녀상 문제를 계기로 터져 나온 현 정부의 '한·일 위안부 합의(12·28 합의)' 문제에 대해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등은 합의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보면서 새로운 협상을 해야 한다는 반면,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측은 이 문제가 양국 간 외교 사항이라는 점 때문에 재협상을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차이가 있다. 이미 세워진 부산 소녀상에 대해선 모든 주자 진영이 "세워진 이상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다만 악화된 한·일 관계의 해법은 제각기 달랐다.

◇文 "외교 적폐, 새 협상" 潘 "재협상 가능"

문재인 전 대표는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합의는 대표적 외교 적폐였다"며 "일본이 해야 할 일은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적으로 사죄하는 것이고, 이를 분명히 하는 새로운 협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 정권의 12·28 합의를 '적폐'로 규정하고, 일본과 원점에서 재협상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반 전 총장 측은 사정이 복잡하다. 현직 사무총장 시절인 2016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박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박 대통령께서 비전을 갖고 올바른 용단을 내린 데 대해 역사가 높이 평가할 것"이라며 "국교 정상화 50주년의 해가 가기 전에 이번 협상이 타결된 것을 매우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했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자 그해 3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만난 자리에서는 "해결로 나가는 진일보된 조치라는 뜻에서 환영한 것이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반 전 총장 측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귀국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선 후보로서의 재협상 주장은 아직 없다"며 "다만 국내적으로 당시 합의가 위안부 피해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여론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당시 위안부 합의는 진일보된 것이었지만 '완성품'이 아니기 때문에 추가 협상은 가능하다는 말이다.

이재명 성남시장,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 안희정 충남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남경필 경기지사도 모두 위안부 협의의 무효화나 재협상을 주장했다. 다만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합의를 했기 때문에 재협상이 매우 어려운 현실이지만, 다음 정부는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이미 세워진 소녀상은 유지"

대선 주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미 세워진 소녀상 철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문 전 대표는 "소녀상은 살아 있는 역사 교과서이자 진정한 독립 선언"이라고 했고, 반 전 총장 측도 "소녀상 철거가 당시 합의 내용에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안 의원은 "자손 대까지 잊어서는 안 되는 역사적 상징물로 철거는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안 지사와 박 시장, 유 의원, 남 지사 모두 현실적·역사적 이유로 소녀상 철거에 반대했다.

◇악화된 한·일 관계 해법은 제각각

하지만 이번 사태로 악화된 한·일 관계에 대한 해법은 제각각이었다. 대부분 원론적이거나 우리나라보다는 일본 측의 태도 변화를 요구했다. 문 전 대표는 "이웃 나라에 가했던 고통에 대해 좀 더 책임지고 반성하고 사과하는 그런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외교관 출신이 다수 포진한 반 전 총장 측은 양자·다자 간 대화를 통한 관계 개선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이 시장은 "아베 총리가 어떤 선택이 일본에 도움이 될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했고, 안 의원은 "양보할 수 없는 역사 문제가 경제·안보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미국·중국 등과의 다자 외교로 풀어야 한다"고 했다. 안 지사는 "일본이 국제사회에 책임져야 한다"고, 박 시장은 "우리 정부가 일본과의 협상에서 밀리지 않는 원칙을 고수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유 의원은 "안보, 경제, 역사 문제는 최대한 분리해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남 지사는 "일본 측의 사죄 등 추가적인 진정성 있는 실천을 요구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