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공유를 공유하라

강원도 강릉 주문진 방사제가 요즘 북새통이다. 주말마다 관광객이 수천명씩 몰린다. 시청률 15%를 목전에 둔 tvN 드라마 '도깨비'에서 주인공 공유(38)와 김고은이 처음 만난 곳. 드라마 장면을 똑같이 흉내 내 사진 찍으려는 젊은이들로 긴 줄이 늘어서고, 꽃다발과 목도리 같은 드라마 속 소품을 대여하는 상인까지 등장했다. 드라마가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강원도와 인천 등지에는 촬영지를 돌아보는 '도깨비 투어 코스'가 생겼다.

드라마 인기를 견인하는 건 단연 남자 주인공 공유다. 훤칠한 키에 긴 팔다리, '태평양'이라 불리는 넓은 어깨를 가진 그는 화보나 CF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질 만큼 화면을 압도한다. 지난해 영화 3편으로 2000만 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모은 그는 드라마까지 흥행에 성공하며 '커피프린스 1호점' 이후 거의 10년 만에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방송·영화계 기대작들이 그에게 몰리고 광고 출연 요청이 쇄도한다. 가히 '공유 시대'다.

공유가 아닌 '도깨비'는 상상하기 어렵다. 신도 인간도 아닌 존재, 강인하면서도 이상하고 아름다운 캐릭터를 그는 특유의 느슨한 호흡으로 풀어내고 있다. 탁월한 신체 조건과 세련된 패션 감각 덕분에 '공유 코트' '공유 패딩' '공유 니트' 등 그가 몸에 걸친 것이라면 죄다 품절됐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부산행'(1156만5479명), '밀정'(750만420명), '남과 여'(관객 20만3729명)로 공유는 배우로서 한 단계 올라서는 데 이미 성공했다. 하지만 약간씩 아쉬움을 남겼다. 전도연과 정통 멜로를 보여준 '남과 여'는 흥행에 실패했고, '부산행'과 '밀정'에선 마동석과 송강호가 더 깊은 인상을 남겼다. '도깨비'가 그 아쉬움을 마음껏 풀어주고 있는 셈이다.

'너와 함께한 시간 모두 눈부셨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민망할 정도로 낭만 넘치는 김은숙 작가 특유의 대사를 공유는 담백하고 기품 있게 소화한다. 도깨비와 저승사자, 삼신할매가 등장하는 이 황당무계한 판타지에 그의 품위 있는 연기는 현실감을 부여한다.

공유는 막연히 광고 연출을 꿈꾸며 대학 연극영화학과에 들어갔고, 용돈 벌 생각으로 케이블 방송사 VJ로 나섰다가 2001년 우연히 연기를 시작했다. 주로 반항아, 재벌 3세 등 가볍고 달콤한 이미지를 쌓았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를 "고지식하고 재미없고 비주류 감성을 가진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20대 후반엔 연기를 그만둘까 고민이 깊었다고 한다.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남장(男裝) 여자를 사랑하는 역할로 인기 절정에 오르자마자 입대했다. "인간 공지철(본명)로 돌아갈 수 있는 치유의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제대하면서 그는 "이제부터는 내 의지에 따라 움직이고 싶다. 진짜 모습과 고민을 드러내 보고 싶다"고 했다. 이후 자신의 한계를 조금씩 깨는 도전을 거듭했다. 영화 '김종욱 찾기'에선 촌스럽고 답답한 남자를 연기했다. 청각장애인 학대 실화를 다룬 '도가니'는 그가 소속사에 영화화를 직접 제안해 성사시킨 작품이다. 액션 영화 '용의자'에선 극한의 운동과 다이어트로 단련한 근육이 CG(컴퓨터그래픽)라는 오해를 샀다.

연기 경력 17년 차 공유의 출연작 목록은 아직 들쑥날쑥하다. 그는 "내가 말하는 인물들의 공통점은 삶에 지친 고단함"이라고 설명한다. '밀정' 김지운 감독은 공유에 대해 "순간순간 마음의 한 자락을 표현해내는 섬세한 시선 처리가 대단하다. 애처로우면서도 장렬하고 비장한 표현을 하는 데 가장 적합한 배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