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철수만큼은 팝 모르지만, 내겐 편안함이"

"영화 40여편 찍는 동안 '라디오 스타'만큼 관객 마음을 열었던 작품이 없었어요. 그 특별함을 담아 심신이 고단할 퇴근길 청취자 마음도 활짝 열고 싶어요."

배우 박중훈(51)이 라디오 DJ로 돌아왔다. '라디오 스타'(2006)에서 지방방송국 DJ가 된 왕년의 가수왕을 연기한 그가 동명(同名)의 라디오 프로그램 KBS 해피FM '박중훈의 라디오 스타'로 청취자를 만난다. 1990년 KBS 쿨FM '박중훈의 인기가요'를 마지막으로 라디오를 떠난 지 27년 만이다.

박중훈은 2011년 '체포왕'을 끝으로 잠시 배우활동을 중단했다. 감독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늘 관객과 교감하던 배우였는데 감독 준비하면서부터 '접점'이 사라졌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고립감도 들었고요. 라디오 섭외가 들어왔을 때 '이 시점에 딱 맞는 옷이구나' 생각했지요."

편성시간은 매일 오후 6~8시 퇴근시간대다. "4050세대가 편히 쉬다 가는 놀이터"라고 밝힌 프로그램 성격처럼 주된 선곡은 이 세대가 좋아하는 80~90년대 팝송이다. 같은 시간대 경쟁 프로그램이 하필 '배철수의 음악캠프'다. "'음악캠프'와의 차별점은 확실합니다. 배철수보다 박중훈이 팝을 더 모른다는 것. 무지가 때로는 무기라고 생각해요. 팝 지식이 없는 사람들도 편하게 들을 수 있을 테니까요."

1990년대는 박중훈이 별처럼 빛나던 시절이었다. '투캅스', '게임의 법칙', '할렐루야' 등 출연작마다 흥행했고 남우주연상 단골손님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부침을 겪는다. 미국 진출작인 '찰리의 진실'(2002)부터 '세이 예스', '투가이즈', '천군'등 주연작이 줄줄이 흥행에 실패했다. 전성기는 끝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던 때, 그의 가치가 재조명된 영화가 '라디오 스타'였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열차가 있어요. 기차는 늘 달려요. 하지만 사람들은 터널 속으로 들어가면 '안 달리는구나' 생각해요. 창밖으로 들판이 보여야만 '다시 달리는구나' 여기죠. 인생은 화창한 들판에서도 어두운 터널에서도 달려요. 목소리가 전부인 라디오처럼, 기차 소리만 들릴 때도요."

매주 금요일엔 개그맨 전유성(68)이 출연한다. 4050세대를 위한 코너다. 박중훈이 섭외했다. "제 데뷔작인 영화 '깜보' 감독님이 전유성씨와 친구예요. '신인 배우 박중훈이다' 했더니 '별론데?'하고 가버렸죠. 시간이 흘러서 '그때 왜 그랬어요?' 물으니 사과 대신 '나는 네가 왜 잘됐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답하더라고요. 전유성씨만의 독특한 코드가 음악, 담소와 어우러질 겁니다."

청취율 욕심은 없을까. "라디오와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욕심'이에요." 담담한 어투로 말했다. "TV는 방송 한 번으로도 큰 반향을 일으키는 매체지만 라디오는 '인내'가 필요합니다. 퇴근길, 지친 사람들 마음을 다독이다 보면 '라디오 스타'에 마음 여는 청취자가 늘어나지 않을까요? 위로가 된다면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