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내 타임워너·디즈니와 맞짱"

"국내와 아시아에 안주하지 않고 2020년에는 타임워너·월트디즈니와 경쟁할 정도의 세계 '톱10' 미디어 콘텐츠 기업으로 도약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미국 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현지 업체를 인수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김성수(55) CJ E&M 대표는 지난 5일 본지 신년 인터뷰에서 "올해는 CJ E&M의 글로벌 사업이 한층 성장하는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CJ E&M은 ▲tvN·엠넷·OCN 같은 16개 방송채널 ▲영화 제작·투자·배급 ▲음악 사업 ▲드라마 제작 등 모든 콘텐츠 영역에서 사업을 펼치는 국내 최대 콘텐츠 기업이다. 증권업계는 지난해 매출 1조4710억원과 영업이익 470억원을 올린 것으로 추정한다. 김 대표는 "오는 2020년 매출 목표는 6조원"이라며 "우선 올해에는 그동안 10% 이내였던 해외 매출 비중을 최대 2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김 대표는 "우리가 보통 5억원으로 드라마 한 편을 제작할 때 넷플릭스 같은 해외 메이저 기업들은 한 편에 20억~30억원을 투자한다"며 "우리가 뒤지지 않는 품질로 대응하려면 해외에서 돈을 더 벌고 이를 바탕으로 다시 투자비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동차·반도체 같은 제조업이 해외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생존이 힘들듯이 국내 콘텐츠 기업에도 글로벌 시장 진출은 더 이상 선택 사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 대표는 "중국이 제대로 개방된다면 수월하겠지만,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논란 후 한국에 대한 기류가 바뀌고 있다는 게 변수"라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세계 콘텐츠 시장 본류인 미국에서 먼저 승부를 걸어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미국에도 '엠넷US' 같은 방송 채널이 있지만 현재 상태만으로는 부족해 케이블TV망 같은 방송 플랫폼을 인수하는 방안까지 고민하고 있다"며 "올 상반기 내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CJ E&M은 최근 들어 적극적으로 해외 업체 인수에 나서고 있다. 작년 말 베트남에서 연매출 800억원 규모 업계 3위 콘텐츠 제작·광고대행사인 블루그룹을 인수했다. 태국에서는 현지 최대 방송사업자인 트루비전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스마트폰 등을 통한 모바일 동영상 시청자들이 세계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관련 서비스를 대폭 강화하겠다"면서 "1분기에는 미국과 중남미에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스마트폰으로 동영상만을 제공하는 단계를 넘어, 신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 서비스를 개발 중"이라며 "국내뿐 아니라 실리콘밸리의 주요 업체들과도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2011년 CJ E&M 출범 당시부터 줄곧 회사를 이끌어왔지만 CJ 출신은 아니다. CJ그룹은 당시 경쟁사였던 온미디어를 인수한 뒤, CJ미디어 등 콘텐츠 관련 계열사 5곳과 통합해 CJ E&M을 만들었다. 김 대표는 인수된 온미디어의 대표였다. 그는 대표 취임 이후 적자에 시달리던 CJ그룹의 콘텐츠 사업을 흑자로 바꿔놨다. 김 대표는 "CJ그룹 차원에서 지난 20년 간 문화 사업 전반에 투자한 금액이 약 7조5000억원"이라며 "이 같은 뚝심이 CJ E&M의 잠재력을 깨웠다"고 말했다. tvN의 '응답하라 1988'이나 '도깨비' 같은 콘텐츠가 이런 오랜 투자에 따른 성과라는 것이다.

김 대표는 "CJ E&M이 자체 인력 양성보다는 기존 방송사들의 PD나 작가를 스카우트해 제작 역량을 높였다는 비판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제 우리가 받은 만큼 돌려주기 위해 130억원을 들여 2020년까지 매년 40명씩 모두 160명의 인재를 키우겠다"고 했다. 그는 "젊은 인재들에게 각종 지원을 해주되, 그 결과물인 스토리(내용)에 대한 모든 권리를 해당 작가에게 그대로 주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