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고속철 개통 이후 처음으로 설 연휴 귀성객(1월 26~30일)을 위한 승차권 예매가 시작된 이날 예약 전용 홈페이지(etk.srail.co.kr)와 앱, 전화까지 모두 불통(不通)이 되면서 이용자가 큰 불편을 겪었다. 수서발 고속철 운영사인 SR은 이날 설 연휴 승차권 30만3810석 가운데 70%(약 21만석)를 홈페이지로 판매했다. SR에 따르면, 먹통 됐던 홈페이지가 정상화된 지 30분 만인 오전 9시 10분쯤 전 좌석이 매진됐다. 그러자 인터넷 예매에 실패한 사람들이 역 창구 판매 줄로 몰리면서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오전 9시쯤 서울 강남구 수서역 지하 1층 'SRT 설 연휴 열차 매표소'에는 1000여 명이 몰려 길게 줄을 섰다. 대부분 인터넷 예매가 안 돼 직접 역을 찾은 사람들이었다. 평택에 사는 황예슬(24)씨는 "대구로 가는 표 4장을 구하려고 아침 일찍 PC방까지 갔는데 실패했다"며 "역 창구에서 예매하는 게 낫겠다 싶어 버스를 타고 수서역으로 올라왔다"고 했다. 3시간을 기다려 표를 끊은 황씨는 "10시간을 예매에 쏟아부었다"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이날 SRT의 승차권 예매 대란은 '예견된 사고'라는 점에서 더 큰 비판을 받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SR이 코레일을 '타산지석'으로 삼았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코레일은 2004년 KTX 인터넷 예매를 시작한 이후 명절 때마다 전산 장애로 말썽을 일으켰다가 단계적으로 서버를 확충해 2013년 추석부터 문제점을 해결했다. 한 이용객은 "명절 KTX 예매 접속자 수만 봐도 서버 용량을 예상할 수 있었을 텐데 아무런 노력 없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 것 아니냐"고 했다.
전산 장애 때문에 이날 SRT에 탑승한 승객들도 피해를 봤다. 미리 표를 예매한 승객들은 모바일 앱에 접속해 좌석 번호를 확인해야 하는데 온라인 예약 시스템이 마비돼 접속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당수 승객은 기차 안에서 자리에 앉지 못하고 우두커니 서 있어야 했다. 이날 SRT에 탑승한 직장인 김모(36)씨는 "좌석을 알 수 없어 발을 동동 구르다가 그냥 아무 데나 앉았다"며 "나 같은 사람이 수십 명 됐다"고 말했다.
SR의 예매 시스템 오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시승 행사를 앞두고 예매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했고, 정식 개통한 이후에도 표 반환을 신청한 승객들에게 20일 넘도록 환불처리가 되지 않았다. SR은 이날 발생한 전산 장애의 원인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SR은 "설 예매에 앞서 회원 수만큼만 홈페이지 서버 용량을 늘렸는데 갑자기 많은 사람이 몰려 과부하에 걸린 것 같다"며 "정확한 원인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