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올한올… 털모자로 사랑 전해요"

"뜨개질요? 박수홍씨 팬클럽 하던 시절에 뜬 목도리 이후론 처음이었죠. 사실 제가 십자수나 뜨개질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잖아요."

방송인 박경림(37)이 '모자(帽子) 학교' 교장이 됐다. 국제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이 세운 학교다. 지난해 11월부터 오는 2월까지 온라인으로 '뜨개질 포기자를 위한 특강' '남은 털실 활용법' 등을 총 5회 알려준다. 박경림은 저체온증으로 숨지는 아프리카·아시아 신생아를 살리기 위한 털모자를 꺼내 보여줬다.

세이브더칠드런의 모자 뜨기 캠페인에 10년간 참여해온 그는 "그동안 150만개가 넘는 모자를 떠 보낸 70만여 명에게 감사드린다"고 인사를 남겼다. 10년 사이에 뜨개질하는 마음가짐도 사뭇 달라졌다. "제가 엄마가 되기 전엔 '모자를 받은 아이가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마음이었거든요. 이젠 이 아이가 살아서 어떤 꿈을 꾸게 될까, 부모 마음은 어떨까를 구체적으로 상상하게 돼요."

1월 넷째 주에 방송되는 4강에선 모자 뜨기에 얽힌 감동적 사연을 소개한다. 8세 초등학생부터 95세 노인까지 여자만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국방부·해병대 등 6910개 단체가 참여했다. "엄마가 아이를 잃는 슬픔을 겪지 않길 바란다"면서 "유산 경험이 있는 여성이 보내온 모자와 편지도 많다"고 했다. 박경림은 "저만 해도 언니·엄마·시어머니·친구에게 뜨개질 키트를 선물했어요. 올해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도 두 줄까지 떴는데 올이 다 빠져 있더라고요(웃음)."

그는 '한국의 오프라 윈프리'를 꿈꾸며 미국 유학을 다녀온 뒤 2006년부터 세이브더칠드런과 인연을 맺었다. 아프리카에 염소 보내기, 아프리카 여자 아이들을 지원하는 '스쿨미 캠페인', 학대 아동을 돕는 모금 바자 등에 참여하며 홍보대사 노릇을 했다. "10년, 20년 해야겠다 계획하고 움직이는 성격은 아니에요. 여성과 아이 문제에 관심이 많다 보니 오랫동안 호흡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여고생 시절 이문세의 라디오 프로그램 '별이 빛나는 밤에'에 출연해 스타가 됐던 그도 벌써 결혼 10년 차다. '짧은 시간이라도 밀도 있게 아들과 놀아주는 엄마'로 자신을 정의했다. "요즘엔 서로 하고 싶은 말을 랩으로 만들어요. 제가 'Yo, 아들! 비트(Beat) 주세요!' 하면 아들이 '난 엄마가 좋아Yo! 하지만 오늘만은 너무 미워Yo!' 하는 식이죠." 아이가 험난한 사회에 발을 내딛기 전까진 '즐거운 꿈을 꾸게 해줘야 한다'는 게 교육 철학이자 봉사할 때의 마음가짐이다.

3년 전부터 연말마다 엄마를 위한 토크 콘서트를 연다. 스트레스 풀 곳을 마련해주자는 취지다. "같이 온 딸들 반응이 다 똑같아요. '우리 엄마가 이렇게 잘 노는 사람이었나' 싶었대요." 지난해엔 어렵게 자식 키우느라 가수의 꿈을 접었던 어머니에게 노래할 무대를 만들어준 일이 가장 뿌듯했단다.

직접 노래도 하느냐 묻자 "콘서트인데 당연하지 않으냐"면서 "이래 봬도 앨범 낸 가수"라고 장난스레 발끈했다. 미국 유학, 가수 데뷔, 본인 이름을 건 토크 콘서트까지 차근차근 꿈을 이뤄온 그는 또 다른 도전을 꿈꾸고 있었다. "천 명, 만 명의 부모와 아이가 어우러지는 축제를 기획하려고요. 싱글맘, 다문화 가정 가릴 것 없이 유쾌하게 놀 수 있는 '힐링 데이'를 만들어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