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까진 이재용 영장 결론 내겠다던 특검 "하루 더…"

당초 '늦어도 15일'까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짓겠다고 했던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결론을 하루 뒤로 미뤘다. 이규철 특검보는 15일 언론 브리핑에서 "영장 청구의 중대성과 파장,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 등 모든 사정을 충분히 검토 중"이라며 "16일에는 구속영장 청구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정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이 부회장을 불러 조사한 뒤 기록을 검토할 시간이 이틀에 불과했다"며 "예상 시간보다 약간 늦어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영장 청구 여부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 부회장 수사를 담당한 양재식 특검보와 한동훈 부장검사, 김영철 검사 등 수사팀은 주말에도 나와 법리 검토를 계속했다. 수사팀은 이 부회장과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 등의 진술이 조금씩 엇갈렸던 부분을 주목해 증거 관계 등을 따져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 관계자는 "사안이 복잡하고 중요해 결정이 늦어지고 있다"며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 청구 문제가 결론이 나면 최 부회장 등 3명에 대해서도 한꺼번에 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15일 오전까지만 해도 특검 안팎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키로 했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한 특검 관계자는 "영장 청구 방침을 예정대로 발표할 것"이라고도 했다.

특검팀 내부에선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놓고 찬반(贊反)이 갈리고, 어떤 죄목을 적용할지를 놓고도 입장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 관계자는 "법 적용을 놓고 내부적으로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 결정을 미룬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의 기본적인 뼈대는 삼성이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인 제3자(최순실)에게 돈을 줬다는 것이다. 그 사이에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서 중대 고비였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국민연금이 찬성해준 것이 '대가 관계'를 채울 수 있는 요소로 보고있다. 이 때문에 수사팀에선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한다. 수사팀은 국민연금의 삼성 합병 찬성(2015년 7월 10일) 이후 합병이 성사되기 전(2015년 7월 17일) 최씨가 독일의 한 승마장과 1년치 이용 계약을 맺은 사실을 확인했다. 최씨가 삼성의 지원을 미리 알고 계약부터 맺은 것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 측과 삼성 모두 '삼성 합병과 최씨 지원은 무관하다'며 부인하고 있고, 당시 삼성 합병이 필요하다는 여론도 우세했던 터라 대가성 입증이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사내 변호사만 300여명에 이르는 삼성 법률팀을 고려해 탄탄한 법리 구성을 위해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게 특검의 고민이다.

수사팀 일부에선 박 대통령과 최순실(61·구속 기소)씨를 사실상 '하나의 경제 공동체'로 보고 박 대통령에게 단순 뇌물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한다. 수사팀은 최씨가 박 대통령의 옷값 등을 대납했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과 최씨 딸 정유라(21)씨에게 지원한 돈은 결국 박 대통령이 받은 뇌물이라는 것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이 부회장에게 뇌물공여죄를 적용하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다른 기업들도 모두 뇌물 공여 혐의로 처벌해야 해서 무리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특검팀 주변에선 법원으로부터 영장 발부가 가능할 정도로 수사된 것은 삼성이 최씨의 조카 장시호(38)씨가 운영한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2800만원을 지원한 것뿐이라는 말도 나온다. 수사팀은 최근 이 문제로 삼성 측을 직접 접촉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으로부터 구체적인 자백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 입장에선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느냐 마느냐가 수사의 성패(成敗)를 가르는 것처럼 비치는 것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법조계에선 "증거 인멸이나 도주의 위험이 없는 연매출 270조원(2015년 기준) 규모의 글로벌 기업 총수를 굳이 구속해야 할 이유가 뭐냐"는 의견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