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는 '불여우'를 사랑해

3월 개봉할 SF 영화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은 두 측면에서 화제다. 첫째는 여주인공 노출이 심했던 일본 애니메이션 원작 영화에 스컬릿 조핸슨이 캐스팅됐다는 점, '고질라'(2014)에 이어 프랑스 배우 쥘리에트 비노슈가 또다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출연한다는 점이다. '고질라' 전반부에 과학자 역으로 비노슈를 잠깐 등장시켰다 죽여버려 비난받았던 개러스 에드워즈 감독은 "캐스팅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아느냐. 그렇게 짧은 출연 시간에 관객의 공감을 한계치까지 끌어올려줄 배우는 비노슈밖에 없다"고 항변했다. 과장이 섞였겠지만, 제작자 쿠엔틴 타란티노는 비노슈의 연기에 감명을 받아 "3D 영화를 보며 처음 울었다"고 했다.

◇할리우드는 佛여배우를 사랑해

 

'예술영화의 연인'(arthouse darling)인 프랑스의 정상급 여배우들이 블록버스터를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제작사 입장에선 이국적 외모에 연기력과 존재감 탁월한 프랑스 여배우들이 '노다지'다. '비포 선 라이즈' 시리즈의 줄리 델피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에 출연하며 속편 기대감을 높였다. '귀여운 반항아'(1985) 샤를로트 갱스부르는 제정신으로 보기 힘든 '님포 매니악'(2013) 같은 영화와 '더 트리'(2010)처럼 잔잔한 예술영화를 오가다, 작년 미국 제일주의 SF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에 출연해 관객을 놀라게 했다.

배우들에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출연은 막대한 수입원이자 인지도를 쌓을 기회다. 예술은 프랑스에서 하고, 돈은 미국서 벌어가는 셈이다. 프랑스 '젊은 피'들에게도 할리우드는 경력을 세계로 넓힐 기회다. 브래드 피트와 전쟁영화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2009)에 출연한 멜라니 로랑,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2011)에 톰 크루즈와 출연한 레아 세이두 등이 블록버스터를 발판으로 북미와 유럽의 상업·예술영화를 오가는 젊은 배우들이다.

◇1월 극장엔 코티야르가 셋

 

이번 달 우리 극장에 출연작 세 편이 한꺼번에 걸리는 마리옹 코티야르는 가장 성공적인 경우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다크나이트 라이즈'(2012)에 코티아르를 출연시키려 촬영 일정 전체를 조정한 건 유명한 일화. 오는 18일 개봉하는 작년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작 '단지 세상의 끝'(감독 그자비에 돌란)에선 캐나다 시골 마을의 신경쇠약 주부로, 고전적 첩보 드라마 '얼라이드'(감독 로버트 저메키스)에선 2차 대전 전쟁터의 스파이로, '어쌔신 크리드'(감독 저스틴 커젤)에선 인류 개조 음모를 꾸미는 비밀 조직의 과학자로 출연한다. 특히 '단지…'에선 왜 코티야르가 우디 앨런, 팀 버튼 같은 명장들의 러브콜을 받는지 확인할 수 있다. 흔들리는 목선, 내려다보는 눈빛만으로 관객의 감정은 활시위처럼 팽팽히 당겨진다. 영화산업지 스크린 인터내셔널은 "배트맨에서 마리옹을 본 관객은 그녀가 나온 '러스트 앤 본'(2012·감독 자크 오디아르)이나 '내일을 위한 시간'(2014·감독 다르덴 형제)도 보게 된다. 배우에겐 엄청난 기회"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