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 ID로 댓글 부대가… 인강, 007 뺨친 불법 홍보

연 매출 2000억원대인 인터넷 강의(인강) 업계 1위 업체 '이투스교육'이 댓글 알바(아르바이트)를 고용해 자사(自社) 인터넷 강의를 홍보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소문만 무성하던 인강 업체들의 불법 '바이럴 마케팅(댓글 알바 홍보)'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삽자루'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수학 강사 우형철(53)씨는 지난 14일 '이투스에 촛불을'이란 제목의 1시간 10분짜리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이투스교육이 수험생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댓글 부대'를 동원해 여론 조작을 했다고 폭로하는 내용이었다. 우씨는 지난 7일 이투스교육에서 댓글 알바를 했던 제보자를 만나 이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동영상은 수험생들 사이에 급속히 확산되면서 이틀 만에 조회 수 8만4000건을 돌파했다.

동영상을 본 수험생들은 "'어느 과목에는 이투스 무슨 강의가 좋다'는 댓글을 보고 인강을 결제했는데 다 조작이었다는 말이냐"처럼 배신감을 토로하는 글을 '수만휘닷컴'과 '오르비스 옵티무스' 같은 수험생 커뮤니티에 쏟아냈다. 이투스 관계자는 16일 본지 통화에서 "자체 조사 결과 불법 마케팅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해 관련자를 문책했다"고 밝혔다. 댓글 알바를 쓴 걸 인정한 것이다.

우씨가 공개한 동영상에 따르면 이투스는 6인 1조 '댓글 알바 팀' 여러 개를 상시 운영했다. 이 알바들은 일반 수험생인 것처럼 행세했다. 회원 수가 수십만~수백만명에 달하는 수험생 커뮤니티가 이들의 주무대였다. 여기서 자신을 고용한 업체 소속 강사를 치켜세울 뿐 아니라 경쟁 업체 강사를 비방하는 글을 올렸다.

수험생 커뮤니티는 같은 아이디(ID)나 동일한 IP(인터넷 주소)로 홍보성 글을 여러 개 올리는 행위를 단속한다. 하지만 댓글 알바들은 1인당 수십 개의 대포(차명) ID로 돌려막기를 하면서 단속을 피했다. 또 알바라는 의심을 받지 않도록 '야구'나 '게임' '연예인' 등 아예 관련없는 주제로도 하루 70개 넘는 글을 올리는 교란 작전도 썼다.

인강 업체들이 이런 댓글 부대까지 동원하는 건 그만큼 시장이 크기 때문이다. 대입 수험생과 공무원 시험 준비생 등 매년 수백만명이 인강을 듣는다. 익명을 요구한 입시 정보 업체 관계자는 "잘 키운 스타 강사 한 명이 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이 이 바닥의 생리"라며 "인강 업체들은 댓글로 좋은 평판을 만드는 여론 조작까지 불사하면서 그런 스타 강사를 받쳐준다는 점에서 정치판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일부 업체들은 경쟁 업체를 비방하기 위해 '찌라시(사설 정보지)' 형태로 허위 정보를 퍼뜨리기도 한다. 작년 한 인강 업체는 부정청탁방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경쟁 업체가 교사 자녀들에게만 별도 할인을 해줬다'는 흑색선전을 하다가 업계 관계자들에게 적발됐다.

수십억원을 훌쩍 넘는 스타 강사 몸값도 인강 업체들을 불법 홍보로 내모는 요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혼자서 3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한 유명 수학 강사가 지난 2014년 100억원 이적료를 받고 다른 업체로 옮긴 일도 있었다. 수강생 유치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스타 강사를 일단 거액을 주고 영입한 뒤 본전을 뽑기 위해 불법을 저지르는 것이다. 인강 업계 관계자는 "스타 강사 영입료가 100억원이 넘어갈 정도로 경쟁이 과열된 상황"이라며 "이런 거액의 투자금을 회수하려다 보니 어느 업체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한 대형 입시학원 대표는 "인강 업체들이 거짓 정보를 뿌려대면서 수험생들이 '뭘 믿고 강의를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고 있다"며 "어른들의 추한 싸움에 애꿎은 수험생들만 피해를 보는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