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수거로 2900만원 이웃 사랑

"오늘도 쓰레기 속에서 진주를 찾아봅시다."

서울 중구청 총무과 위생 담당 김용화(48) 반장은 지난달 29일 오전 6시 양손에 고무장갑을 끼고 청소 직원 10명과 쓰레기 분리수거 작업을 시작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들은 구청에서 나오는 쓰레기 중 재활용품을 골라내 고물상에 팔고 있다. 이렇게 버는 돈은 한 달 평균 30만~40만원. 간식비나 회식비로 써도 되지만 이들은 형편이 더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다. 지난달 12일 1년간 알뜰살뜰 모은 360만원 전액을 서울 각 구청 및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주최한 '2017 희망온돌 따뜻한 겨울나기' 행사에 기부했다. 독거 노인과 한부모 가정 등 어려운 이웃의 생활비·의료비 등으로 쓰일 예정이다.

이들의 기부는 6년째 이어지고 있다. 2011년 800만원, 2012년 585만원, 2013년 500만원, 2014년 350만원, 2015년 360만원 등 6년간 기부액이 2900만원을 넘었다.

'분리수거로 사회에 의미 있는 일을 하자'는 아이디어는 2010년 김 반장 머리에서 나왔다. 김 반장은 "처음엔 힘들고 번거로운 작업으로 벌었으니까 우리끼리 나눠 쓸까 했다"면서 "그러나 구청 재활용품으로 번 돈을 사익(私益)을 위해 쓸 수는 없다고 생각해 기부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부액을 늘리기 위해 구청 광장에 있는 일반 쓰레기통에 버려진 병·캔·알루미늄·플라스틱·종이 등도 재활용하고 있다. 이들이 정성 들여 재활용품을 골라낸 덕분에 매달 1t이던 중구청 재활용품은 2배로 늘었고 연간 700여만원이던 중구청의 종량제 봉투 구입 비용도 300만원 선으로 줄었다.

이들 중 4명은 용역 업체 직원으로 한 달 170여 시간 일해 156만원을 벌고 있다. 넉넉한 형편이 아닌데도 남을 돕겠다고 나선 것이다. 30년 넘게 중구에서 청소 일을 해온 용역 업체 직원 김명순(여·68)씨는 "분리수거가 전혀 안 된 쓰레기통을 비울 땐 화가 치밀 때도 있지만, 악취를 참아가면서 힘을 낼 수 있는 건 '내가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생각 덕분"이라고 말했다. 구청에서 청소 일을 시작한 지 5개월 된 신참 구경영(여·54)씨는 "청소 일로 고생하는 걸 알고 속상해하던 자식들이 요즘엔 '어려운 사람을 돕는 엄마가 자랑스럽다'고 얘기한다"고 전했다. 김 반장은 "민원인이 가끔 청소하는 직원을 무시할 때는 서럽기도 하지만 기부금이 좋은 곳에 쓰였다는 소식을 들으면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