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하고 아이 돌보는 당신, 이케아가 원하는 사람"

"오는 2020년까지 사원을 4000명 채용할 계획입니다. 온종일 근무하든, 파트 타임이든 모두 '4대 보험'이 적용되는 정규직으로 선발합니다. 고용이 안정되어야 직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고 고객 서비스도 더 좋아질 겁니다."

안드레 슈미트갈(Schmidtgall·48) 이케아코리아 대표는 2014년 12월 한국에서 처음으로 문을 연 광명점의 개점을 준비하던 2013년부터 3년 6개월째 이케아코리아를 이끌고 있다. 지난 5일 경기 광명시 이케아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난 슈미트갈 대표는 "올해 4분기에 문을 열 예정인 고양점에서 일할 직원들을 선발하고 있다"며 "이케아의 수평적 조직 구조, 일과 생활의 균형을 중시하는 문화를 잘 받아들일 수 있는 인재를 찾고자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케아 직원이 1000여명임을 감안하면 4년 안에 4배 가까운 인력을 더 뽑는 셈이다. 그는 경력이 끊긴 주부나 나이가 예순이 넘는 은퇴자들도 능력과 의지만 있으면 적극 채용한다고 했다.

"이케아는 나이나 학력을 보지 않아요. 몇몇 관리자를 제외하고는 직급이 따로 없고 모두 동등하게 이름을 부릅니다. 한국 기업은 대체로 수직적 조직 문화를 갖고 있어서인지 이케아에서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분도 꽤 있습니다."

그는 "얼마 전 15년간 가정주부로 지낸 40대 중반 여성을 뽑았는데 그 직원이 '왜 나 같은 나이 많고 경력도 없는 여자를 뽑느냐'고 해 놀랐다"며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돌보는 일에는 상당한 관리 능력이 필요하고, 그런 능력이야말로 이케아가 중시하는 현장 경험"이라고 말했다.

이케아 광명점은 개점 직후인 2015년 매출 목표치의 130%를 달성했다. 작년에는 스웨덴·독일·미국·중국 등 전 세계 모든 이케아 매장 가운데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슈미트갈 대표는 "본사 이사진이 최근 전 세계 간부들이 모이는 국제 회의에서 '광명점이 최고 매출을 낸 게 사실이냐'며 몇 번이나 되물었다"며 "지난 27년간 이케아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국가를 거쳤는데, 한국처럼 빠르게 성장한 곳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케아의 차기 진출 국가인 인도팀이 한국 사례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이케아는 2007년부터 한국 진출 계획을 세우고 시장조사를 벌였다. 100여 가정을 돌며 대면 인터뷰도 했다. 이때만 해도 고객이 직접 조립해 사용하는 이케아 제품이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한국에서 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기우(杞憂)였다. 슈미트갈 대표는 "우리 직원이 대신 조립해주는 서비스를 내놨는데도 고객의 90% 이상이 스스로 제품을 조립하기를 택했다"며 "한국 소비자들에게도 내 집을 내 손으로 직접 꾸미는 것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케아코리아는 광명점의 기대 밖 성과에 힘입어 올 연말 고양점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모두 1조2000억원을 투자해 다섯 매장을 더 연다. 그는 "한국 진출 1년 만에 매장 증설 계획을 세웠고 고양점 개점 시기도 앞당기게 됐다"며 "주말마다 고객들이 매장 앞에 길게 줄을 서 있는 것을 보면 '하루빨리 매장을 늘려야겠다'는 생각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케아는 한국에 진출한 이후 여러 가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한국 판매가(價)가 다른 나라보다 더 비싸다는 의혹을 받았고, 이케아에서 내놓은 세계지도에 동해가 일본해로 표시돼 판매를 중단했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이케아의 아동용 서랍장이 넘어져 어린이가 사망했는데도 관련 상품을 국내에서 계속 팔다가 판매 금지를 당하기도 했다.

슈미트갈 대표는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는 건 늘 어렵고 갈등을 일으키기도 한다"며 "한국의 역사나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이케아의 진심을 잘 전달하지 못한 것이 후회로 남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더 많은 사람에게 더 좋은 생활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이케아의 약속이 잘 지켜지는지 앞으로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