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 아베 좋은 일만 시켜줘… 지지율 3년來 최고

16일 오후 경기도 의원 34명이 경기도청 로비에서 "올해 안에 독도에 소녀상을 세우겠다"며 그에 필요한 돈 7000만원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반면 독도가 선거구인 경상북도 도의회는 곧바로 "안 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독도가 우리 땅이 아니라는 게 아니라 "독도 방파제·입도 지원센터도 아직 못 짓고 있는데 섣불리 소녀상을 세우려다 정치 문제가 되면 국익에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독도 전체가 우리 정부가 정한 천연기념물이기 때문에 소녀상을 세우려면 문화재청과 해양수산부의 허가 절차도 필요하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은 이 소식을 본국에 타전했다. 주요 신문 대다수는 나름대로 신중했다. 아예 기사를 쓰지 않기도 하고 '경기도의회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고 간략하게 다루거나 경북도의회의 얘기도 함께 전했다. 유독 산케이신문은 한국 언론보다 더 크게 17일자 1면 톱으로 썼다. 경북도의회 부분은 생략하고 경기도의회 움직임과 "한국 행동이 몰상식하다"는 시마네현 어민(65)의 목소리만 적었다. 조간까지 냉정하던 몇몇 신문이 석간 찍을 때는 산케이 보도를 따라갔다.

17일 오전 10시 20분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이 카메라 앞에 서서 "다케시마(竹島·일본이 독도를 부르는 이름)는 일본 땅"이라고 했다. 꼬인 한·일 관계를 풀어야 할 당사자인 외무상이 독도 영유권을 건드린 것은 예사롭지 않다. 전날까지 일본 언론은 외무성 관리의 말을 듣고 '지난 9일 일시 귀국한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가 이번 주 한국으로 복귀할 것 같다'고 썼지만, 이날 기시다 외무상은 "(한국 대응을 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며 나가미네 대사를 일본에 더 오래 둘 뜻을 비쳤다. 일본은 5년 전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에 갔을 때도 주한 일본대사를 불러들였다가 12일 만에 돌려보냈다. 이번에 외무성에는 "부산 소녀상 파문은 주권 문제와는 무관한 만큼 5년 전보다는 빨리 복귀시킬 것"이란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그런 소리는 쑥 들어갔다.

이날 아사히신문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 지지율은 지난달보다 4%포인트 오른 54%를 찍었다. 재집권 첫해 가을인 2013년 10월의 56%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아베 총리는 지난 6일 주한 일본대사 일시 귀국, 한·일 통화 스와프 재개 협상 중단, 한·일 고위급 경제협의 연기 등의 조처를 했는데, 이런 소녀상 보복 조치가 아베 내각의 지지율 상승을 견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베 내각 지지율은 재집권 직후(2012년 12월) 59%로 출발해 이듬해 5월 66%로 정점을 찍었다. 아베노믹스에 대한 기대가 무르익은 시점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 소비세 인상, 집단적 자위권 도입, 안보관련법 강행 처리를 거치면서 작년 9월에는 35%까지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40%대를 벗어나지 못하던 아베 총리 지지율이 작년 5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 작년 연말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 이번 부산 소녀상 보복 조치를 거치며 재집권 첫해 수준으로 점프했다"고 분석했다.

과거 한·일 간에 갈등이 불거졌을 때 일본 사회 내부에선 "한국 말이 맞는다"는 목소리가 어느 정도 나왔다. 그러나 부산 소녀상 파문에 대해선 일본 야당도 "한국이 틀렸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민진당 간사장은 이날 부산 소녀상에 대해 "한국은 골대가 움직인다"며 "더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골대를 움직인다는 일명 '골대론'은 그동안 일본이 '우리는 합의를 지키고 화해하려 하는데 한국이 늘 어긴다'고 국제사회에 주장할 때 쓰던 프레임이다. 노다 간사장은 한·일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자는 한국 대선 주자들에 대해서도 "무책임한 얘기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할 때 민주당 정권 총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