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선의 워싱턴 Live] 참석자 반, 시위대 반… 축하 행진 90분 만에 끝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오는 20일 45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다. 4년에 한 번 대통령 취임식이 열릴 때면 워싱턴은 온통 축제 분위기에 싸인다. 곳곳에서 축하 행사와 공연, 무도회가 열린다. 하지만 이번 취임식을 앞둔 분위기는 좀 다르다. 지난 대선의 상처가 고스란히 반영된 분열과 긴장감이 느껴진다.

16일 갤럽에 따르면, 지난 4~8일 조사한 트럼프 당선인의 비호감도는 55%로, 역대 대통령 취임 직전과 비교할 때 최고 수준이다. 여성, 인종, 종교 단체들은 취임식을 전후해 대규모 반(反)트럼프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16일 현재 민주당 의원 41명이 취임식 참석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분열·차별적 발언과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해킹 사건 등을 문제 삼고 있다.

◇일류 연예인 취임 공연 거절… 축하 무도회는 3곳만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14일 트위터에 "취임식은 생각보다 훨씬 성대할 것이다. 즐겨라"고 썼다. 하지만 트럼프 취임식은 역대 취임식에 비해 조용하고 단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취임식 공식 행사는 19~21일 3일간이다. 과거 4~5일을 행사 기간으로 잡았던 전임 대통령들에 비하면 짧은 편이다.

취임식 후 의사당에서 백악관까지 가는 축하 행진도 90분에 끝낼 예정이다.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취임 퍼레이드는 4시간 반이 걸렸다. 당선인은 취임식 후 열리는 축하 무도회 중 3곳 정도만 참석할 예정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10곳, 조지 W 부시가 9곳, 빌 클린턴이 14곳 들렀던 것에 비하면 '조용하게' 지내는 셈이다. 워싱턴포스트는 16일 "트럼프 당선인이 '덜 호화로운' 방식을 택해 무도회 입장권도 50달러 수준으로 맞췄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승리에 기여한 보통 사람들도 부담 없이 참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트럼프 당선인이 인기 TV 스타에 부동산 재벌인 만큼 취임식도 화려할 것으로 예상됐다. 취임식 축하 행사 비용을 위한 기부금도 1억달러(약 1184억원)를 모아 오바마 대통령의 두 배에 이르는 사상 최고 수준이다.

◇'反트럼프' 시위 100만명 예상

흑인 인권 운동의 상징인 마틴 루서 킹 기념일인 16일 취임식장인 의사당 앞에 가보니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의사당 건물엔 거대한 성조기가 걸려 있고 의자가 줄을 맞춰 늘어서 있었다. 많은 사람이 취임식장 근처를 둘러보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취임식 준비위는 300만명 이상이 몰려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도 최근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올 것"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워싱턴시 당국은 오바마 재선 취임식 때와 비슷한 80만~90만명이 모일 것으로 보고 있다. 2009년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 때 모였던 180만명의 절반 수준이다.

취임식 전후 대규모 '반(反)트럼프 시위'와 테러 가능성에 대비해 국토안보부와 연방수사국 인력, 경찰, 주 방위군 등 약 2만8000명이 워싱턴 전역에 배치된다. 방사성물질과 재래식 폭발물을 섞은 '더티 밤'이나 트럭으로 돌진하는 테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트럼프 시위엔 취임식 참석자 못지않게 많은 인원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취임식 전후 약 20여 곳에서 99개 단체가 집회 신청을 한 만큼 100만명이 시위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취임식 다음 날인 21일 '여성들의 행진'엔 약 20만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버스 1800대가 주차 등록을 했다. 워싱턴으로 들어오는 열차표도 매진됐다.

◇취임사 연설은 짧게?

취임식은 20일 오전 11시 30분부터 의사당 앞에서 진행된다. 트럼프는 정오에 존 로버츠 대법원장 앞에서 공식 취임 선서를 한다. 취임식 위원회는 17일 트럼프 당선인이 어머니에게 받은 자신의 성경과 링컨 대통령이 1861년 취임식 때 썼던 성경에 손을 얹고 취임 선서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도 취임식 때 링컨 성경을 이용했다. 마지막 행사는 21일 성공회 교회인 워싱턴 내셔널 성당에서 열리는 국가 기도회다.

취임식의 최대 관심사는 취임 연설이다. 취임사는 트럼프 행정부의 앞날을 가늠하는 가장 큰 기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거 유세 때 나온 주장 이외에 어떤 새로운 메시지가 담길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CNN은 최근 트럼프를 만났던 한 역사가를 인용, 트럼프의 취임 연설이 짧을 것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