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 남자들이 부케 받네

"어라! 남자가 부케를 받네."

지난 10월 경남 거제의 한 결혼식장. 기념사진을 찍다가 사회자가 "부케 받을 신부 친구 분 앞으로 나오세요"라고 하자 한 남성이 뚜벅뚜벅 단상으로 걸어나왔다. 통상 곧 결혼을 앞둔 신부의 여자 친구가 받는 부케를 남자가 받자 하객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부케를 받은 남귀식(28)씨는 신부와 초등학교 동창으로 20년 넘은 친구다. 남씨는 "신부의 친한 친구들이 대부분 결혼을 해서 미혼(未婚)이 거의 없다"며 "부케 받을 사람이 마땅치 않아 곧 결혼하는 내가 부케를 받았다"고 했다.

요즘 결혼식에서 '부케는 신부의 여자 친구가 받는다'는 통념이 깨지고 있다. 아예 결혼 할 생각이 없거나(비혼), 결혼이 늦어지는(만혼)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생긴 현상이다. 신부가 결혼할 때 딱 맞춰 부케 받을 여자 친구를 구하기 힘들어진 것이다. 정 사람을 못 구하면 '부케 알바(아르바이트)'를 쓰기도 한다.

신부의 이성(異性) 친구뿐 아니라 신랑 친구가 대타(代打)로 나서기도 한다. 예비 신랑 백모(33)씨는 고교 남자 동창에게 "내 신부 부케를 받아달라"고 부탁했다. 백씨는 "'부케 받고 6개월 안에 결혼 못 하면 3년 동안 못 한다'는 속설 때문인지 신부 친구들이 서로 부케를 안 받는다고 한다"며 "생판 모르는 알바생이 부케를 받는 것보다는 남자지만 곧 결혼할 친구가 받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객 대행 업계에 따르면 부케를 받고 신랑·신부와 사진까지 찍는 '부케 알바'는 일당 5만~10만원으로 '하객 알바'보다 2만~3만원을 더 받는다. 부케 알바를 여러 차례 한 문모(32)씨는 "부케 받을 적당한 친구가 없어서 고민하다 결국 알바생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며 "결혼 성수기인 봄철에는 하루에 부케만 세 번씩 받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남자가 부케를 받는 것에 대해서는 반응이 엇갈린다. "기성세대 결혼식과는 달리 신선하다"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반대파도 꽤 있다. 경남 창원에 사는 이모(60)씨는 "딸이 결혼식 때 '대학 동기인 남자가 부케를 받아도 되겠느냐'고 하길래 반대했다"며 "결혼식은 엄숙하고 경건하게 치러야 하는데 장난처럼 보이면 좋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