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부터 942쪽 일기까지… 20년 만에 완성된 한국판 '카프카'

프란츠 카프카(1883~1924·사진)의 문학을 집대성한 '카프카 전집'(전 10권)이 솔출판사에서 최근 완간됐다. 카프카의 장·단편소설뿐 아니라 일기와 편지, 엽서 등 남아 있는 모든 원고를 우리말로 옮겼다. 편영수 전주대 명예교수 등 카프카를 전공한 독문학자 12명이 번역에 참여해 1997년 첫 권을 내기 시작한 뒤 20년 만에 카프카 전집의 결정본(決定本)을 완간한 것.

국내에서 카프카 작품은 1950년대부터 부분적으로 번역됐다. 지금껏 미완성 장편소설 '성'과 '심판'을 한 권에 모으거나 '변신'을 비롯한 단편소설과 잠언을 묶은 단행본은 많았지만 비소설까지 포함한 방대한 전집의 한국어판 완간은 이번이 처음이다.

독일에선 카프카의 친구 막스 브로트가 편집한 전집이 1935년부터 나오기 시작해 두 차례 개정판을 냈지만, 이 전집은 전문가들에게 원고가 훼손됐다는 비판을 점차 받았다. 결국 1982년 피셔 출판사가 카프카의 모든 원고를 재검토해 원본을 최대한 되살리고 각주를 붙여서 새 전집을 내기 시작했다. 솔출판사는 피셔 출판사의 '카프카 비평판'을 번역 대본으로 삼았다.

영어권에선 독일 쇼켄 출판사 판본을 1946년부터 한 권씩 번역하기 시작해 2006년 10권까지 냈다. 대중적으론 펭귄출판사가 번역한 장편소설 전집과 단편소설 전집이 널리 읽혔다. 일본에선 신조사가 1959년 카프카 소설 전집(전 6권)을 완간했고, 백수사가 2002년 새로이 소설 전집 6권을 낸 적이 있다고 한다. 솔출판사의 카프카 전집은 소설과 비소설을 망라했다는 점에서 한국 독문학계의 독보적 업적으로 꼽을 만하다.

편영수 전주대 명예교수는 "독자들은 카프카 문학에서 실존의 불안(카뮈, 사르트르)을, 복종을 강요하는 관료 체제의 자본주의 사회(아도르노)를, 그 어느 세계에도 소속되지 못한 인간 존재의 모형(엠리히)을, 신의 율법과 은총(브로트) 등을 읽어냈다"며 "불안이라는 단어는 폐쇄적인 카프카 문학을 여는 키워드"라고 풀이했다.

솔출판사는 지난해까지 카프카 소설과 편지까지 8권을 내놓았고, 이번에 '카프카의 일기'와 '밀레나에게 쓴 편지'를 추가해 20년 작업을 마무리했다. 특히 '카프카의 일기'가 처음 우리말로 완역됐다는 것이 눈길을 끈다. 무려 942쪽이나 돼 독문학자 4명이 공역한 '카프카의 일기'는 1909~1923년의 기록이다. 카프카는 일상뿐 아니라 소설 습작도 일기에 많이 남겼다. 카프카는 1921년 연인 밀레나에게 일기장 15권을 넘겼다. 타인에게 읽힐 의도로 쓴 고백록인 셈이기에 카프카 문학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꼽혀왔다.

카프카 소설 특유의 기괴한 분위기가 일기에도 잔뜩 배어 있다. '열차를 탐. 그 사실을 잊어버림. 집처럼 편안하게 있음. 문득 그 사실을 깨달음'이라거나 '대개 사람들이 찾고 있는 자는 바로 옆에 살고 있다. 이것은 즉각적으론 설명이 불가능하다'거나 '한 번 더 세상을 향해 실컷 소리쳤다. 그 후 사람들은 내게 재갈을 물렸고…'라는 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