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 우리가 살 새로운 땅 어디 있나요

노인과 소년｜박완서 글·김명석 그림｜어린이작가정신｜36쪽｜1만1000원

"할아버지. 이 고장 먹을 것엔 모두 조금씩 독이 들어 있어요. 사람들은 아직 모르지만 제 혀는 못 속여요. 사람들을 조금씩 조금씩 죽이는 독이…"

노인과 아이가 황폐하고 낯선 길을 정처 없이 걷습니다. 전염병이 닥친 마을에서 살아남은 단 두 사람.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는 이들 앞에 한 도시가 나타납니다. 그런데 소년은 이 도시에 들어가지 않겠다며 걸음을 멈춥니다. 노인은 눈치 채지 못했지만, 소년은 자연환경이 파괴된 도시란 걸 예리한 감각으로 느꼈죠. 코로는 도시에서 연료 대신 책을 태우는 냄새를 맡고, 혀로는 푸성귀와 과일이 오염됐다는 것을 알아챘습니다. 그래도 노인은 희망을 잃지 않습니다. 인간이 저지른 잘못은 인간이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것이죠. 이들은 과연 이 도시에 정착할 수 있을까요.

박완서 작가의 소설집 '나의 아름다운 이웃'(1991)에 수록된 짧은 소설 '노인과 소년'을 어린이 대상 그림책으로 펴냈다. 1970년대 부동산 투기, 자연 파괴를 은유한 원작은 자연환경의 귀중함과 인간성 회복을 생각하게 한다. 초등 중학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