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건보 누적흑자, 처음으로 20兆 넘었다

건강보험 재정이 2011년부터 사상 유례없는 흑자 행진을 거듭한 끝에 작년 말 누적 흑자액이 사상 처음으로 20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건강보험 보장률(총 의료비 중 건강보험에서 대주는 비율)은 2010년 이후 낮아지거나 답보 상태이고, 건보료 부과·징수 등에 대한 민원은 해마다 폭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보료는 많이 거두는 반면 너무 짜게 지출해 국민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20조원 쌓을 동안 보장률은 답보

22일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건보 재정 누적 흑자는 20조656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건보 재정은 2011년 1조5600억원으로 처음 1조원을 돌파한 뒤, 2013년 8조2203억원, 2014년 12조8072억원, 2015년 16조9800억원 등 해마다 4조원가량 증가했다. 이처럼 흑자가 대폭 는 것은 ▲건강한 노인 증가로 노인 의료비 상승 폭 감소 ▲암 발생률 감소로 고가 진료비 지급액 축소 ▲불경기로 병원을 못 가는 경우 증가 등, 이러한 요인과 함께 '많이 거둬 덜 쓰는 구조' 때문이다.

지난 20일 건강보험공단 노원지사를 찾은 퇴직 공무원 김모(63)씨는 "공무원일 때 월 17만원 낸 건보료가 퇴직 후 월 23만4700원으로 늘었다"며, '고액 건보료'에 대해 항의했다. 월 160만원 연금을 받는다는 김씨는 "소득은 예전보다 줄었는데 지역 가입자가 되면서 아파트·자동차가 있다는 이유로 건보료를 올리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노원지사에만 민원이 115건 접수되는 등 전국적으로 건보료 민원이 폭증하고 있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민원 건수는 2013년 5729만건에서 작년엔 7300만건으로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해마다 민원이 평균 523만건 폭증한 셈이다.

◇많이 거둬 덜 쓰는 건보료

건보 누적 흑자가 커진 것은 건보료 수입 증가 폭이 지출 증가 폭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건보료 보험료율 자체는 2010년 월 보수(소득)의 5.33%에서 작년 6.12%로 7년간 1%포인트가 채 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이 기간의 임금 인상분을 감안하면 건보료 수입은 2010년 28조원에서 작년 47조원으로 폭증해 연평균 9.1%씩 늘었다. 반면 지출액은 연평균 7.1% 증가에 그쳤다. 건보료는 많이 거두면서 지출은 그만큼 늘리지 않아 건보 곳간에 돈을 계속 쌓아둔 것이다.

건보 당국은 그러면서도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목표 달성(70%)에는 소홀했다. 2010년 65%이던 보장성 비율은 2011년 63%, 2012년 62.5%, 2013년엔 62%까지 떨어졌다가 2014년 63.2%로 다소 반등한 상태다. 즉, 건보 가입자로부터 건보료를 많이 거둬 건보 흑자액이 지속적으로 늘어났음에도, 국민은 여전히 진료비가 100만원 나왔으면 자기 돈으로 35만~37만원을 계속 내온 셈이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윤 교수는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으로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건보 재정의 앞날은 밝지 않다. 현재 추세로 건보료를 올려도 2022년에는 건보 재정 적자가 시작되고, 2025년에는 재정이 고갈된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노인 1인당 진료비가 전체 가입자 평균의 3배를 쓰는 상황에서 2025년이 되면 노인 인구가 지금보다 360만명이나 증가한 1050만명이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