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에 죽음 잘 버무린 도깨비, 시청률 20.5% 돌파

tvN 금토 드라마 '도깨비'가 한국 케이블TV 드라마 시청률 20% 시대를 열었다. 21일 방송된 마지막회가 20.5%를 기록하며 '응답하라 1988'이 작년에 세운 최고 시청률 기록(19.6%)을 넘어섰다. 1995년 케이블 방송이 시작된 이후 20%(평균 시청률 기준) 넘는 드라마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도깨비는 숱한 화제를 낳았다. 주인공 공유가 걸친 코트며 목도리 같은 제품들이 화면에 나오는 족족 매진됐다. 일본·대만·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 아시아권은 물론 미국과 유럽에도 수출됐다. 제작사 화앤담픽쳐스의 백혜주 이사는 "중국을 제외하고 한류 콘텐츠 수요가 있는 곳은 거의 모두 진출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한류 콘텐츠의 최대 시장인 중국은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때문에 정식 진출하지 못한 상태다.

'태양의 후예' '신사의 품격'처럼 로맨스 드라마에 주력해온 김은숙 작가는 도깨비를 통해 변신을 시도했다. 이 작품은 혁혁한 전공(戰功)을 세우고도 역적으로 몰려 처형당한 고려시대 장군이 900년을 사는 도깨비가 되고, 윤회의 고통에서 자신을 해방시켜 줄 여성을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연애 드라마의 겉모습을 하고 있지만 '죽음'이라는 보편적 소재를 골라 세대를 뛰어넘는 공감을 얻었다.

이화여대 국문과 김미현 교수는 "김은숙 작가가 멜로를 벗어나 도깨비라는 동양적 소재로 영역을 확장한 점이 주목할 만하다"면서 "로맨스를 다루면서도 죽음이라는 소재가 주는 비극미를 잘 버무려서 한 단계 진화했다"고 말했다.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다양한 생명의 이야기가 관심을 끌어당겼다. 먼저 세상을 떠난 안내견이 기다리고 있다가 이승의 주인을 천국으로 안내하는 장면이 방영된 뒤에는 "뜬금없이 눈물이 쏟아져서 혼났다"는 시청자 반응이 이어졌다. 전생(前生)에 주목하면서 요즘 흔한 타임슬립(시간 이동) 드라마와 차별화했다는 평가도 있다. 드라마 평론가인 충남대 국문과 윤석진 교수는 "등장인물들이 전생에 무엇이었을지를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드는 점이 색다른 흥미를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남성 시청자를 확보한 점도 성공 요인이다. 천진난만한 얼굴로 "아저씨 사랑해요" 를 연발하는 여주인공은 많은 '아재'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브로맨스'(남자들의 우정)도 남성들의 눈길을 끌었다. 직장인 이석준(30)씨는 "도깨비(공유)와 저승사자(이동욱)가 콩나물을 다듬으며 티격태격하는 장면처럼, 둘의 궁합이 황당하면서도 유쾌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