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1.24 14:14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에서 100km 떨어진 곳에 방비엥이 자리하고 있다. 방비엥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작한 아름다운 소도시다. 굽이굽이 둘러싸인 산들과 수많은 동굴, 그 주위를 끼고도는 메콩강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모습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카스트로 지형이 만들어 낸 특이한 모양의 산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고 그 밑으로 흐르는 강물은 중국의 계림의 풍경과 많이 닮아 있어서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소계림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방비엥 쏭강에서 아침 식사를 끝내고 카약 레프팅을 하러 갔다. 카약이란 길다란 배에 사람이 세로로 앉아 노를 저어가는 배다. 배를 타는데 배가 기우뚱 되니 물에 빠질까봐 조금은 겁이 났다. 배 위에 앉아 구명조끼를 입었다. 의자에 구명조끼가 붙어 있어서 구명조끼 앞을 잠그고 출발했다.

쏭강 카약 레프팅.

노를 저었다. 내가 앞이고 뒤쪽에 친구가 앉고 그 뒤에 우리를 데리고 가는 현지 뱃사공이 앉았다. 노 젓는 운동을 많이 하면 자세가 바르게 된다고 해서 참 열심히 노를 저었다. 그 덕분일까? 제일 꼴찌로 출발했는데 목적지에 도착하니 2등으로 들어섰다. 덕분에 물 세례를 참 많이 받았다. 지나치는 카약들마다 앞으로 나가려는 내 카약을 방해할 목적으로 물을 끼얹는데 앞이 안 보일정도였다. 물론 라오스에서 물세례는 축복의 의미라곤 하지만 이건 분명히 내 진로를 방해 할 목적임이 분명 했다.

그런 물세례를 흠뻑 받다가 얼굴에 흐르는 물을 손으로 훔쳐내는데 문득 ‘왜 구명조끼가 의자에 붙어있었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가 뒤집히면 나도 그대로 뒤집혀 영영 위로 뜨지 못하는 거고 그러면 죽는 거라는 생각이 미치자 겁이 나기 시작 했다. 카약이 뒤집혀 물에 빠져 죽을까 봐 겁이 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달리는 속도감에 온 몸을 스쳐가는 시원한 바람에 물에 빠질 걱정은 한 순간에 날려 보냈다.

카약에서 내려 친구들과 담소를 주고받으며 구명조끼 얘기를 했더니 그 조끼는 의자에 묶여져 있던 것이 아니라고 한다. 의자에 걸어 놓은 것을 난 묶여있다고 생각하고 죽을까봐 겁을 먹었던 것이었다. 그리고는 앉아서 그 구명조끼에 팔을 끼웠으니 코메디도 그런 코메디가 없다.

아무리 사는 것이 싫어도 언젠가는 끝이 다가와 죽을 때가 온다. 죽을 때 까지는 좋아도 싫어도 여행을 해야 한다. 바로 사람 여행말이다.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일은 늘 따라 다닌다. 이제는 헤어지는 것은 겁나지 않은데 만나는 일이 겁이 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 난 그게 참 어렵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움츠러 들고 본능적으로 속을 여미고 또 여민다. 그러면서 딴청을 피우고 나와 같은 사람이 어디 없나 두리번거린다. 막상 그런 사람을 만난다 해도 여미는 습관은 화석처럼 굳어져 끝내 마음을 열지 않는다. 나이가 든 탓일까? 아직은 그런 나이가 아닌데 싶지만 요즘은 늘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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