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도 붙은 무역협정 뒤집기… '한국 때리기'도 빨라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공약(公約)을 빠르게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대선 때만 해도 표를 얻기 위한 '과격한 공약(空約)'으로 보였던 발언들이 실제 정책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10월 '취임 100일 계획'의 1번 과제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을 내걸었을 당시에는 실현이 어려울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았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도 다른 가입국들과의 마찰 우려 등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트럼프는 22일(현지 시각) "나프타 재협상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했고, 오바마 정부가 추진해온 TPP 탈퇴도 23일(현지 시각) 발표한다는 CNN 보도가 나왔다. 작년 10월의 '액션 플랜'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것이다.

CNN은 이날 "겉으로는 트럼프와 언론의 설전(舌戰) 등 가십거리가 부각되고 있지만, 트럼프 취임 후 48시간을 추적해보면 그가 기존 정책을 바꾸기 위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나프타 재협상을 위한 멕시코·캐나다 정상 접촉, 오바마 케어 폐지를 위한 첫 행정명령 서명 등이 치밀하게 준비한 시나리오에 따라 착착 이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액션 플랜'대로 밀고 나간다면 한국의 순서가 예상보다 빨리 올 수 있다. 특히 나프타 재협상 결과는 앞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포함한 세계 무역 질서 재편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전망이다. 나프타 재협상은 당사국(미국·멕시코·캐나다)의 일방 통보로만 테이블에 오르게 되며 재협상 개시 후 180일까지 성과가 없으면 협상 자체가 폐기된다. 트럼프 정권인수팀은 취임 100일 이내에 나프타 재협상이 여의치 않으면 취임 200일 이내에 탈퇴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었다.

트럼프가 100일 계획에서 일자리를 위해 나프타 재협상 다음 단계로 추진하겠다고 한 것이 TPP 탈퇴였다. 그런데 그는 속도를 높여 NAFTA 재협상과 TPP 탈퇴를 거의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 속도라면 TPP 탈퇴 다음 순서로 지목한 중국에 대한 '환율 조작국' 지정이나, 중국산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문제도 생각보다 빠를 수 있다. 이는 미·중의 '경제 전면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미국도 신중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하지만 미·중이 환율·관세 등을 놓고 부딪치면 한국도 그 여파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현재 한국도 중국·일본·독일·대만 등과 함께 미국의 환율 관찰 대상국에 올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일자리를 위협하는 외국과의 모든 불공정 무역을 조사해 이를 철회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취임을 전후해서는 한·미 FTA에 대한 직접 언급이 없었지만, 대선 당시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미국에서 일자리 10만개가 날아갔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한·미 FTA도 나프타 재협상과 TPP 탈퇴, 미·중 무역 갈등이 가닥을 잡으면 트럼프의 '액션 플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취임 100일 계획에 따르면 트럼프는 보수 성향 대법관을 임명하고, 불법 이민자를 체포하지 않는 민주당 성향 도시에 연방정부의 지원을 끊을 것이다. 그런 다음 범죄 경력이 있는 불법 이민자 200만명을 추방하는 데 나설 가능성이 있다. 미국 내 한국인 불법체류자는 15만~20만명으로 추산되는데, 국가별로는 8위쯤 된다. 미국의 불법체류자 단속이 본격화하면 피해를 보는 교민도 생길 수 있다.

반면 긍정적인 면도 있다. 경기 부양 의지를 강하게 밝힌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대로 미국 경기가 살아난다면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