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맞붙는 두 남자, 누구를 만나시겠습니까

[영화 '더 킹' 조인성 인터뷰]

권력 움켜쥔 정치 검사 '태수' "영리한 영화, 부담 없이 보시길"

영화 '더 킹'(감독 한재림)이 올해 설날 연휴를 앞두고 박스 오피스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이 영화에서 배우 조인성〈사진〉은 온몸에 힘을 빼고 가볍게 정치 검사 '태수'를 연기한다. '쌍화점'(2008) 이후 9년 만이다. 스크린 비운 기간이 너무 길었다고 하자 그는 "결국 연기는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라는 걸 그동안 배웠다"고 했다.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들, 특히 '괜찮아, 사랑이야'를 하면서 '빼기'를 배운 것 같아요. 얼마 전 노 작가께 전화해서 고맙다고 했어요. '네 장점은 장점대로 두고, 새로운 모습 하나씩만 꺼내 보여주자'고 하셨거든요."

조인성의 얼굴은 껄렁껄렁해 보일 때조차 미워하기 어렵다. 뭔가 아픔과 깊이를 감추고 있을 것 같은 '페이소스'(연민을 자아내는 힘)를 담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나 브래드 피트 같은 할리우드 꽃미남 배우들의 젊은 시절을 닮았다. 그래서인지 그는 다른 남자 배우들에 비해 극 속에서 많이 울었고, 약하거나 부서지는 역할을 많이 맡았다. 드라마 '피아노'(2001)에서 소년처럼 오열하던 모습이나 '비열한 거리'(2006)에서 끝내 영락하는 깡패 역할이 오래 기억에 남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조인성은 "그렇다고 그런 이미지를 꼭 벗어나야 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했다. "배우로서 제가 평가받을 시간이 필요하겠죠. 묵묵히 제 몫을 하다 보면 세월이 저를 깎고 단련시켜줄 테니까요. 원석이 깎여나가 다이아몬드로 단련되듯이 보기 좋게 나이 든 모습으로."

'더 킹'은 그에게 더 각별하다. 특히 정치 검사 '강식'(정우성)에게 끌려 다니던 '태수'가 영화 후반부에서 함께 스테이크를 썰며 맞설 때 "오…" 하며 놀라는 관객 반응에 짜릿함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관객이 태수와 자신을 동일시하고, 그 대결에서 하는 말들이 권력자에게 날리는 한 방처럼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라 했다. 더 이상 비극적 결말을 맞는 약자가 아니라 맞서고 이겨내는 조인성이다.

영화 속 '태수'처럼 배우로서도 '스크린의 왕'이 되고 싶은 욕심은 없을까. 조인성은 "엔도 슈사쿠의 책 '나를 사랑하는 법'에서 '3등을 하라'는 충고를 봤다"고 했다. "1등은 1등이라 힘들고, 2등은 1등 쫓아가느라 힘들다고 하더군요. 3등은 잘만 유지하면 쭉 가는 거니까,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요?"

설날 관객은 왜 이 '더 킹'을 선택해야 할까. "심각한 얘기를 심각하게 하면 지치잖아요. 부담 없는 15세 관람가 상업영화예요. 영리한 영화, 맘 푹 놓고 즐길 수 있는 영화입니다."

[영화 '공조' 현빈 인터뷰]

특수부대 출신 北 형사 '철령' "남녀노소 웃음·액션 즐길 영화"

배우에게 첫인상은 넘기 힘든 벽이다. 환호받으며 깊이 새겨진 첫인상이라면 더더욱. 설날 명절 우리 영화 기대작 중 '공조'(감독 김성훈)에서 유해진과 투톱 조연을 맡은 배우 현빈〈사진〉도 그랬다. 대중은 그에게 드라마 '아일랜드'(2004)의 보디가드나 '시크릿 가든'(2010) '내 이름은 김삼순'(2005)의 백마 탄 왕자를 기대했다. 이번 영화에서 맡은 특수부대 출신의 북한 형사 '임철령'은 생각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는 액션 캐릭터다. 그에겐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가 '뿌듯한 선택'으로 꼽는 멜로 '만추'가 "맨땅에 헤딩하듯 도전한 작품"이었던 것처럼. "만추는 미국 시애틀서 다 찍는데 스태프도, 상대 배우(탕웨이)도 다 외국 사람이었어요. 익숙한 게 하나도 없었지만 많은 분이 저를 다시 평가해주셨지요. 방향은 달라도 이번 영화 역시 제겐 '만추'만큼 큰 도전이었습니다."

'공조'는 달러 위폐 동판을 탈취한 북한 범죄자가 서울로 숨어들고, 사고뭉치 남한 형사 '강진태'(유해진)와 북한 형사 '임철령'(현빈)이 남북 공조 수사를 벌인다는 이야기. 예상대로 유해진은 웃기고, 현빈은 멋있다. 특히 현빈은 고층 건물이나 고가도로에서 뛰어내리고, 달리고 구르는 장면을 대부분 대역 없이 직접 해냈다. "터널 안 추격 장면에서 차에 매달린 채 총을 쏠 땐 차 바닥에 설치된 안전장치를 떼내고 연기했어요. 고속으로 달리는 차량이라 바닥에서 뭐가 튀어오를지 모르는 데다 탄약 탄피도 문제였지만, 그렇게 해야 좀 더 현실감 있을 거라 봤거든요."

살상용 실전 무술을 훈련받고 1대1 격투 장면도 직접 해냈다. 그는 "급소를 쳐 강한 타격을 입히는 무술이라 조금만 계산이 어긋나도 큰 부상을 입을 수 있었다"고 했다. "주고받는 합이 실제 상황처럼 계속 빨라지니 신이 났어요. 몇 번씩 재촬영을 하다 보면 뼈끼리 부딪친 부분의 팔다리가 퉁퉁 부어올랐지만 그래도 좋았습니다."

과묵한 인물이어서 짧은 대사나 분위기로 감정을 전달해야 했다. 특히 남한 형사 집에서 가족의 환대를 받으며 조금씩 마음을 여는 과정을 표현하는 게 관건이었다. "식탁에서 남한 형사의 어린 딸이 잠깐 제 무릎에 앉아요. 그때 보일 듯 말 듯 살짝 웃지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겪고 복수를 위해 서울에 온 북한 형사가 잃어버린 가족의 꿈을 떠올리는 거라 생각했죠."

영화가 넘치는 명절 극장, 관객은 왜 '공조'를 선택해야 할까. "무대 인사 때 보니 젊은 관객도, 나이 드신 분도 많았어요. 남녀노소 가족 함께 오셔서 웃음과 액션을 함께 얻어갈 수 있는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