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고 싶어 안달나는 회사 만듭니다"

"제발 아이를 넷 낳아 달라."

직원에게 이렇게 부탁하는 회사가 있다. 2년까지 육아 휴직을 장려하고 3세 미만 아이를 둔 여직원은 탄력 근무제를 선택할 수 있다. 다(多)출산 직원한텐 인센티브를 준다. 미혼 사원에게는 '결혼추진위원회'가 나서 미팅·소개팅까지 추진한다.

9년 연속 '대한민국 훌륭한 일터상(GWP)'을 받은 김종훈(68) 한미글로벌 회장은 "직장인을 위한 천국을 만드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삼풍백화점 붕괴 후 설계와 시공·안전 등 건설 과정을 책임지는 CM(Construction Management) 전문 기업을 1996년 국내에 처음 도입했다. 중소기업 말단 사원으로 시작해 20년 차 중견 기업을 일궈낸 노하우를 최근 책 '완벽을 향한 열정'에 담았다.

김 회장은 말레이시아에서 근무했을 때 현지 학교에 다니던 딸이 '방학을 해서' 시무룩한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출근하고 싶어 안달 나는 회사를 만들자"고. 그는 "사원 복지와 회사 성장이 충돌한 적은 없다"며 "직원이 행복하면 업무 성과가 올라간다"고 했다.

10년 근속한 사원에게 안식 휴가를 두 달 주자 업무 생산성이 눈에 띄게 늘었다. 김 회장은 "그동안 소홀했던 건강, 가족, 나 자신을 챙기기 때문"이라며 "농경시대처럼 무조건 성실하게 일해야 하는 시대가 아니다"고 했다. 휴가 동안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오거나 농촌 체험을 갔다 와선 사내 인트라넷에 후기도 공유한다.

윗사람 눈치 보지 말라는 뜻으로 회장부터 전화기를 꺼놓고 안식 휴가를 썼다. "지난해엔 한 달은 설악산에서 홀로 논문을 쓰고, 한 달은 아내와 해외여행 다니며 새로운 사업을 구상했어요. 직원들한테도 전화기 꺼두고 회사에 보고하지 말라고 해요."

복지 제도가 전부는 아니다. 지난 연말 파킨슨병을 앓는 임원을 돕기 위해 모금 운동과 바자를 열었다. IMF와 금융위기 때도 "비 올 때 우산을 뺏지 말자"는 김 회장의 신념으로 모든 사원이 순환 재택근무를 하며 구조조정 없이 버텼다. "내게 불행한 일이 생겨도 회사가 날 내팽개치진 않겠구나, 라는 구성원의 신뢰를 얻었죠. 비용이 들고 힘이 들더라도 그 신뢰는 잃고 싶지 않아요."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배짱을 자신의 장점으로 꼽았다. 문제아였던 고교 시절에 주먹 클럽의 멤버였고 고막이 찢어질 때까지 선생님한테 맞기도 했단다. 무기정학도 받았지만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고야 말겠다"는 오기로 공부해 서울대 건축과에 장학금을 받고 입학했다.

최근 한 대학 강연에서 "출산은 사회적 의무 중 하나"라고 주장하다 "여자를 애 낳는 도구로 보느냐"는 학생들의 거센 반발을 듣기도 했다. 아찔한 경험을 한 그는 "요즘 세대가 취업전쟁과 생존경쟁에 치여 얼마나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지 절감했다"며 "저출산 문제를 개인이 해결하기 어렵다면 기업부터, 나와 같은 기성세대부터 나서겠다"고 했다.

젊은 세대에 해주고 싶은 말을 물었다. "미래학자 피터 슈워츠는 인간의 평균 수명이 140세까지 늘어날 거라고 했어요. 20대, 첫 직장에서 인생이 결정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긴 인생의 향방을 바꿀 수 있는 시작점에 불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