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1.30 14:57

세상이 참 수상하다. 1,000일 넘도록 떠오르지 않는 세월호 배나, 또 이 배에 얽힌 이야기가 서로 뒤죽박죽이다. 여기에 정치판을 오가는 자들 간에 치고받는 말들은 죽기 아니면 살기식이다. 가히 한반도는 카오스의 축소판이다. 신문이며 방송 또 인터넷판 뉴스들이 곳곳에서 ‘내가 맞다’며 제 얼굴을 빼꼼 내밀려 몸부림치고 있는 작금, 이를 볼 수밖에 없는 내 일상사도 참 수상하다.

북측 극소수 권력자들이 마음껏 휘두르는 힘의 도취와 그들만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개발하는 핵무기는 더욱 수상하다. 이 핵무기는 남측을 향해 쏘는 용도가 아니라느니, 남측에 쏘면 그 영향이 평양을 넘어 미치기 때문이라느니, 같은 민족끼리 설마 쏘겠느냐느니, 핵무기 하나 줄이는 조건으로 천문학적 돈을 요구할 것이라느니 등등의 이런저런 말들은 어느 하나 그 출처를 알 수 없는 떠돌이 소문이 되어 더더욱 수상할 수밖에.

하수상함을 넘어 더 심각함은 60년 넘게 북측과 맞닥뜨려져 눈치를 보고 있는 남측의 우왕좌왕이다. ‘잘 살아보세!’라는 목소리로부터 시작해, 작금 ‘첨단문명의 첨병!’이라는 세계인의 이구동성이 집중되고 있는 세계 10위권의 국력을 넘보는 남측의 행보는 21세기 들어 비틀거리기만 하고 있는 듯. 북측과 관련된 말들은 난세의 때마다 뭇사람들 발목을 잡아 넘어뜨리기도 하고.

사진=조선일보DB

물론, 20세기 끝자락부터 최근까지 10여 년 넘게 선진국 문턱을 못 넘는 이유란 국내나 국외를 막론하고 유유상종의 기득권에서 기인한 듯하다. 세계 어느 나라든 북측의 뜨거운 감자를 구슬리다, 찔러 보다, 만지다 놓다가 하는 등등의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이제는 내 것이 뉘 것인 것 같은, 망연자실, 막연한 허전함이 목전까지 찼다. 아니, 이 뜨거운 감자로 인해 허전함이 허탈감으로 떠돈 지 오래. 떠돌다, 이젠, 엉뚱한 함성이 되어 토요일마다 광화문 길거리에 서로에게 짓밟히고 있다.

한국엔 ‘공격이 최선의 방어다’라는 공식만이 존재하는가? 권력 잡기만이 역사의 사실을 쓰는 지름길인가? 상대의 약점만 붙잡고 늘어져야 자신의 과오가 묻히는 것인가? 뭐, 몇 번 실수한 거로 뭘 그래? 체, 그냥 버티면 돼! 너희는 뭐 잘못한 거 없어?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느냐고? 흥, 법을 수호해야 할 자가 그렇게 법 문구들을 짓밟아도 되는 거냐? 그러니, 법 운운할 자격도 없어! 꼭대기에서 내려와!

치사한 질문과 비열한 대답이 섞여 만들어 낸 대통령 탄핵이란 극약 처방의 탕약이 다려지길 기다리는 상황. 이를 가운데 두고 벌이는 진실 게임 공방을 보는 국내외 시각은 결국 국가 정체성을 혼란스럽게 하고, 이에 따른 국가신용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몇몇 기득권 세력의 ‘밥그릇 싸움’에 어이 벙벙할 뿐. 이는 그저 현실이며 꿈까지 포기하고 싶어지고, 묵묵부답 산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임을 어찌하랴.

그래도, 아무리 수상해도, 희망의 불빛을 밝히는 사람들이 있다. 이쪽저쪽 나뉜 광화문 거리를 서로 마주 서는 사람이 아닌,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들, 어떠한 뉴스에도 흔들리지 않은 어른들이다. 나 자신이 스스로 만든 역할에 충실한 것이 곧 ‘나의 행복’이다 라고 믿는 어른들. 어쩌면, 이들이 희망일는지도 모른다. 말없이 자신의 목표를 세우고, 자신의 길을 꿋꿋하게 가는 이들이 우리 주위에 많다는 사실을, 이들이야말로 ‘떳떳한 어른’들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강조해야 할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 어른들의 몫은 세계의, 또 역사의, 큰바람이 아무리 불어도, 거기에 편승하지 않고 자기 위치를 지켜내는 일이었다. 이들은 휘몰아치는 돌풍을 먼저 뚫고 길을 만들어 나아간다. 묵묵히 자신의 위치에서 새로운 곳을 향해 곳곳이 걸어간다. 다른 사람을 탓하기보다, 자신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는 어른, 수상한 세상을 투명하게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걸은 길이 바로 역사인 것. 과연 나는 수상한 세상을 헤쳐나가는 이들 편에 속해져 있을까?

그랬다. 진정한 어른이라면, 하루에 한 번은 다른 사람 세상의 중심에 서는 것이 아닌, 이제라도 내 세상의 중심에 스스로 서 볼 일이다. 짧은 시간이나마 초등학교 들어갈 때 모습을 떠올리며, 세상을 투명하게 볼 수 있도록, 하루에 한 번, ‘명상과 성찰의 시간’도 가져볼 일이다. 맑은 내 모습을 확인하는 순간, 평생 가고 싶은 길을 내다보면서, 또 즉시 내딛으며 몇 번이고 되뇌어야 할 말이 있다. 그랬다. 그 뉘 흐리멍덩하다 말하더라도, 어느 바람에 휩쓸리지 않기를. 휩쓸려 넘어지며 다른 사람들까지 붙잡고 쓰려지지 않기를. 아무리 세상이 수상하더라도 맑은 웃음 스스로 지어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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