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맹랑 윷 만화? 덕분에 인생은 '모'입니다"

윷놀이가 올림픽 공식 종목으로 채택된다. 서울 강남 8학군 학부모들은 윷놀이 조기 교육에 매진하기 시작한다. 주인공 아버지는 윷놀이 도중 부상(?)을 입어 사망, 그 피를 물려받은 천재 여고생이 세계 대회에 나가 우승을 차지한다.

이 허무맹랑한 스토리가 웹툰판을 흔들고 있다. "컴퓨터 윷놀이 게임광(狂)이었거든요. 만화로 그려보면 어떨까 싶었죠." 웹툰 'The 윷놀리스트'의 작가 김라무(30)씨가 말했다.

①도

인생은 모 아니면 도라고 알려져 있다. 첫 윷패는 '도'였다. 숙명여대 법학과를 졸업했지만 취업으로의 전진은 더뎠다. "인턴과 교직원 비정규직 등을 전전하다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죠." 수험생 2년 차에 접어들던 2015년, 그는 일본 만화영화 '죠죠의 기묘한 모험'을 보다가 격정에 휩싸이고 말았다. '난 결국 저런 걸 그려보지도 못하고 끝나는 걸까? 그냥 확 저질러버릴까?'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웹툰 공모전이 열리고 있었다. 만화 이론서를 참조해가며 2주간 그린 웹툰이 장려상을 탔다. 일보 전진.


②개

입상해 연재 기회를 얻은 뒤 스토리를 보완해 나갔다. 이 만화의 핵심이자 특징은 '윷령(靈)'. 개개인의 윷마다 영혼이 깃들어 있어 일종의 게임 캐릭터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설정이다. "그냥 윷놀이만 하면 스펙터클하지 않잖아요." 말장난과 코미디를 가미했다. 여주인공은 '도계걸', 남주인공은 '윤모', 해외 전문가 이름이 '도애니먼 모옴' 같은 식이다. 네티즌들은 "이렇게 약을 많이 친 만화는 오랜만"이라며 동요하기 시작했다.

③걸

팬이 늘기 시작했다. 그는 직접 윷판과 경기 룰을 만들어 블로그를 통해 무료 배포하고 있다. "함정 패를 만들었어요. 총 15장인데, 칸마다 무작위로 함정 패를 깔아놓고 '뒤로 세 칸' 같은 페널티를 줘서 예상 밖의 전개를 낳는 거죠." 세계 대회, 윷령, 함정 카드가 있다는 점에서 이 웹툰은 일본 만화 '피구왕 통키'와 '유희왕'의 패러디라 할 만하다. "제가 만든 윷판으로 게임하는 인증샷이나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수업 재료로 쓰고 있다는 댓글을 볼 때마다 뿌듯해요."


④윷

첫 작품은 벌써 2년째 순항하며 시즌2가 진행 중이다. 중국 차이나모바일의 웹툰 서비스 미구동만( 動漫)과 3월 연재도 계약했다. "중국에도 윷놀이 같은 전통 놀이가 있대요. 판타지·코믹 장르라 진입 장벽도 높지 않은 것 같고요."

⑤모

대박을 바라다 '빽도'를 내지 않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잠자는 시간 빼고 만화만 그린다"고 했다. 시즌2는 내용에 변화를 둬 '윷놀이 도박'을 다룬다. "사회면 기사 보면 윷놀이 도박으로 철창 가시는 분 많잖아요. 전통 놀이로서의 윷놀이를 복원하고 싶어요." 매회 웹툰 말미엔 이런 문구가 들어간다. '불법 도박은 파멸의 지름길입니다.' 설 명절을 앞두고 작가는 당부했다. "판돈은 적당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