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평(三視世評)] 설 연휴 예능 아이디어 대결… 승자는 '엄마'

명절이라고 아이돌 가수나 외국인들이 한복 입고 장기자랑하는 프로그램으로는 더 이상 눈길 끌기 힘들다. 명절 연휴는 이제 파일럿(시범 제작) 예능 프로의 아이디어 경연장이다. '엄마', '아재', '미스터리'를 각각 내세운 지상파 방송 3사의 프로그램을 살펴봤다.

◇KBS '엄마의 소개팅'

29일 밤 10시 40분 방송된 '엄마의 소개팅'(시청률 6.3%)은 배우 황신혜, 가수 윤민수, 개그맨 박나래가 홀몸으로 지내는 엄마에게 남자 친구를 소개하는 과정을 그렸다. 소개팅 자리에만 집중한 게 아니다. 화장과 새 옷으로 꽃단장하는 엄마, 엄마의 소개팅 장면을 화면으로 보며 가슴 졸이는 자녀들, 아들에게 "음식이 맛있어도 무조건 남기라"는 코치를 받는 엄마….

이 과정에서 평소 보기 어려웠던 엄마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엄마도 여자라는 진리가 새삼 파고든다."(김윤덕 기자) 채민기 기자는 "눈물샘을 자극하는 쪽으로 흘러가기 쉬운 엄마 이야기를 유쾌하게 다뤄 오히려 더 공감하며 볼 수 있었다"고 했다.

◇MBC '가출선언-사십춘기'

28일 오후 6시 20분 1부가 방송된 '가출선언-사십춘기'(시청률 6.3%)는 '아재'를 내세웠다. 20년 지기인 정준하와 권상우가 개그맨·배우라는 이름을 벗고 평범한 아저씨로 돌아갔다. 아무 대책 없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여행을 떠난 둘은 스무 살 시절로 돌아간 듯 수건 한 장만 걸치고 눈밭을 구르며 장난에 여념이 없다.

많은 한국 아저씨도 이들처럼 일에 매달려 정신없이 살아간다. 김윤덕 기자는 "놀 줄 모르는 한국 아재들의 전형을 보여준 듯해 웃프(웃기면서도 슬프다는 뜻)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최수현 기자는 tvN '꽃보다 청춘'의 색깔을 연상시키는 점이 아쉽다고 했다. "예약 없이 무작정 떠나고 철없는 행동을 하며 젊은 시절을 돌아보는 1부 내용은 이미 tvN에서 다 봤다." 2월 4·11일 같은 시각에 2·3부가 방송된다.

◇SBS '뜻밖의 미스터리 클럽'

진행자 5명이 각자에게 주어진 단서를 인터넷에 올리고, 네티즌 제보를 받아 미스터리 사건을 해결하는 '추리 토크쇼'를 표방했다. 28일 밤 11시 5분에 방송돼 시청률 2.2%를 기록했다.

방송에서는 2010년 영국에서 발생한 비밀 정보요원 사망 사건을 다뤘다. 사고사였다는 경찰 조사와 달리 암살이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런데 말미에 가서는 최근 인터넷에서 떠들썩했던 '세월호-잠수함 충돌설'을 소개했다. 진실을 알 때까지 의심해야 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채민기 기자는 "집단 지성으로 문제를 풀어간다는 시도가 신선했지만 결론이 엉뚱하게 흘러가 황당했다"고 했다.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확인해가는 의미 있는 예능을 기대했는데 속았다. 세상 모든 일에 음모론적 시각을 갖자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주제인가?"(최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