造船에 목매던 거제·통영 "이젠 관광이다"

지난 25일 오후 경남 거제시 농소몽돌해변 인근 한화리조트 공사 현장. 축구장 1.5배 규모(11만2580㎡) 부지에서 골조 공사가 한창이었다. 공사장 뒤쪽으로 거가대교(부산~거제)와 대금산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졌다. 류지영 한화호텔앤드리조트 팀장은 "거제 하면 조선소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은데, 최근에는 섬 곳곳에 관광 인프라 개발이 한창"이라며 "내년 7월 오픈을 목표로 공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조선업(造船業) 본산인 거제·통영이 관광 산업을 지역의 새로운 먹거리로 육성하고 있다. 조선업 위기로 일자리가 줄고 지역 경제가 흔들리는 가운데, 관광 산업을 키워 지역 경제를 다시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리조트·호텔 건설 붐… 태국 드라마 촬영팀 초청까지

"통영 사람 대부분이 조선업 종사자인데 최근 관광 홍보를 많이 하는 것 같더라고요. 관광객이 많이 오고, 이익을 주민들한테 나눠주면 생활이 좀 나아지지 않을까요?" 통영 도남동 케이블카 매표소 앞에서 만난 한아름(35)씨는 인근에 조성 중인 '루지(luge)' 코스를 보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얼음 트랙에서 타는 썰매인 루지에 바퀴를 달아 지상에서도 즐길 수 있게 한 놀이 시설로, 뉴질랜드·싱가포르에서는 대표적 체험형 관광 시설로 꼽힌다. 통영의 루지 코스는 약 1.5㎞ 길이 다섯개 코스로 구성돼 이달 문을 열 예정이다.

통영시는 루지 외에도 2015년부터 '전 국민 섬 팸투어' 사업을 통해 무료 관광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태국 인기 드라마 촬영팀을 유치하거나, 수학여행 전문 여행사를 초청하는 방식이다. 통영시청 관계자는 "조선업이 쇠퇴하면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방안이 필요했다"며 "바다와 섬을 활용한 관광 산업을 부흥시켜 관광 도시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 정두수(79)씨는 "관광지를 개발해 일자리가 생기면 젊은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거제시도 대규모 숙박 시설인 리조트 건립 외에 다양한 관광 시설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거제시 농업개발원 옆에 돔 형태 온실과 야외 정원 등을 갖춘 3만6664㎡ 규모 '거제 자연 생태 테마파크'를 조성하고, 국방부 소유였던 지심도(只心島) 소유권을 이달 중으로 반환받아 관광지로 개발할 예정이다. 지난 20년간 지지부지하던 장목 관광 단지도 재추진한다. 올해 안에 관광 단지 지정 승인을 하고 골프장과 호텔, 해변공원 등을 갖춘 해양 체험 관광지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권민호 거제시장은 "조선업 불황 극복을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현재 20%에 불과한 관광 산업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며 "조선업을 되살리기 위한 노력을 하는 동시에 새로운 먹거리를 개발해 지역 경제의 조선업 의존도를 낮출 예정"이라고 말했다. 작년 거제시를 찾은 관광객은 약 680만명. 시는 2020년까지 연간 관광객 1000만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바뀌지 않으면 죽는다"는 절박감에 육성

이러한 변화는 '바뀌지 않으면 죽는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올 상반기 조선업 일자리가 2만7000개 정도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거제시 관계자는 "조선업 중심 구조를 탈피하지 않으면 지역 경제의 침체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팽배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경상남도 차원에서도 관광 사업에 힘을 보태고 있다. 경남도는 2020년까지 통영항·삼천포항·옥포항·장승포항·진해항·하동항 등 항구 6곳에 1746억원을 들여 항구에 예술 공연을 할 수 있는 무대와 산책로 등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훈 한양대 교수(관광학)는 "남해안 관광지들은 자연 환경이 수려하지만, 접근성이 좋지 않다는 것이 단점"이라며 "현재는 내국인 중심 관광 상품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외국인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관광 상품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