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SRT… 객실 진동에 승객들 불안

"KTX보다 요금이 싸고 시간이 덜 걸린다고 해서 기대가 많았는데, 막상 SRT를 타 보니 진동이 심해 실망했습니다."

김모(40)씨는 지난달 설 연휴 기간 SRT(수서발 고속철)를 이용해 부산을 다녀온 이후 "고속 주행하는 동안 좌우가 심하게 흔들려 불안감을 느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12월 정식 개통한 SRT의 객실 내 진동이 심하다는 승객들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인터넷에도 "진동 때문에 선반에 올려둔 짐이 떨어졌다" "진동 때문에 멀미가 날 정도였다" 등 탑승 후기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SRT 진동 심하다" 불만 끊이지 않아

SRT 운영사인 SR도 객실 내 진동이 심하다는 민원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하지만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지는 못한 상태다. SR 관계자는 "자동차를 예로 들면 도로포장 상태나 타이어 등 여러 요인이 승차감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선로나 바퀴 상태 등이 진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할 뿐 현재로선 정확한 원인을 꼭 짚어서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는 SRT의 진동이 열차의 자체적 특성 때문일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같은 구간을 지나가더라도 SRT가 KTX보다 진동이 심하다는 승객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SRT용 열차로는 2009년 처음 등장한 KTX-산천의 개량형 열차를 쓰고 있다. KTX용 열차로는 프랑스 알스톰이 제작한 KTX(1세대)와 현대로템이 만든 KTX-산천(2세대)을 함께 쓰고 있다. 국토부 등에 따르면 승차감에 영향을 미치는 객실 내 진동은 KTX보다 KTX-산천 열차가 더 심한 반면 열차 안전과 관련된 열차 하부 진동은 알스톰 열차가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과거 코레일도 KTX-산천 열차를 처음 도입했을 때 객실 진동이 커서 무거운 물체를 열차에 더 실어 진동을 줄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선로 등 시설이나 계절적 요인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특정 구간이나 특정 계절에 객실 내 진동이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구간별로는 경주에서 부산으로 내려가는 구간에서, 계절적으로는 겨울에 진동이 상대적으로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엔 문제없다지만…

국토부는 일단 열차 바퀴를 깎는 주기(삭정 주기)를 단축하는 등 방법으로 SRT의 객실 진동 문제 해결에 나설 방침이다. 원래 열차 바퀴는 주행을 하고 나면 표면이 울퉁불퉁해지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표면을 깎아 평탄하게 만들어야 한다.

국토부와 SR은 진동 문제가 안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시속 270㎞ 이상으로 주행 시 기준값 이상의 진동이 5초 이상 지속되면 열차가 자동으로 감속하고, 특정 구간에서 진동 문제가 지속되면 해당 구간의 제한 속도를 일시적으로 낮추고 있어 안전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열차 하부 진동은 실시간으로 기록되고 기준값을 넘으면 열차가 자동 감속하게 되지만, 열차 객실의 진동·소음 등 승차감과 관련된 부분은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황이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객실 내 진동으로 승객들이 불편·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승차감 관련 기준을 마련하고, 승차감 개선 방법을 하루빨리 찾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