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든, 애국자인가 반역자인가… 관객이 답할 것"

'애국자'인가, 아니면 '반역자'인가.

미 국가안보국(NSA)의 대규모 통신 감청을 폭로했던 전 정보기관원 에드워드 스노든(33)의 실화를 다룬 영화 '스노든'이 공개된 뒤, 이 영화를 만든 올리버 스톤(70) 감독 역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스노든에 대해선 '영웅주의에 빠져 세계를 테러 위험에 노출시킨 배신자'라는 시각과 '위험을 무릅쓰고 정보기관의 잘못을 알린 내부 고발자'라는 시각이 여전히 엇갈린다. 영화는 폭로 이후 스노든이 머물고 있는 러시아의 변호사가 쓴 소설이 원작으로, 스톤 감독은 이 영화를 위해 스노든을 수차례 직접 만났다. 9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세월이 갈수록 더 날카로워지는 이 노장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그는 "나이가 들며 조국의 잘못을 더 명징하게 보게 되면서 내 분노 역시 더 투명해졌다. 나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이 세상, 전쟁으로 희생되는 사람들에 대해 여전히 연민을 느끼며, 이 '분노'와 '연민'이 나와 영화를 이끄는 힘"이라고 했다.

스톤은 '플래툰'(1986)과 '7월 4일생'(1989)으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두 번 받았다. '플래툰'의 청춘은 전쟁의 비인간성에 질식당하고, 베트남 참전 용사인 '7월 4일생'의 주인공은 반전(反戰) 시위의 영웅이 된다. 군인 집안 출신 스노든 역시 처음엔 테러에 맞서 조국을 지키려 미군에 자원했다. 스톤은 "세계에 대한 한 청년의 환상이 무너지는 이야기라는 건 전작(前作)들과 통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9년여 정보 분야에서 일하는 동안, 스노든은 테러범에 대한 선택적 정보 활동이 무차별적 대규모 사찰로, 힘에 의한 미국의 지배를 관철하는 일로 변질됐다는 걸 서서히 깨닫죠. 그래서 '시스템'에 대항하게 됩니다." 영화는 스노든의 변화 과정을 압축해 따라간다. 미국이 "일본이 더 이상 동맹이 아닐 때를 대비해" 일본의 민간 사회 기반 시설에 사이버 공격무기를 심었다는 폭로도 나온다. 요즘 주목받는 배우 조지프 고든 레빗이 스노든을, '다이버전트' 의 셰일린 우들리가 그 여자친구를 연기한다.

사람은 보통 나이 들면서 보수화되지만 스톤은 오히려 더 급진적으로 변한 듯 보인다. 하지만 그는 "난 단지 진실을 원할 뿐"이라고 했다. 그는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지난달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세계는 지난 30년 진행된 '세계화'로 큰 유익을 얻었지만 미국은 그 기간 13차례 전쟁 비용으로 14조달러 넘는 돈을 허공에 날렸다"고 한 말을 인용하며 "그 돈을 더 좋은 나라, 더 좋은 세계를 만드는 데 썼어야 한다"고 했다.

 

곧장 물었다. 스노든은 애국자일까, 반역자일까? 스톤 감독은 "영화를 본 관객이 답할 질문"이라고 했다. "실화를 영화로 만드는 건 지루하고 평범한 사건들을 극적으로 응축하는 작업이지만, 넘치지 않게 균형을 잡으려 애썼습니다. 물론 내게 스노든은 당연히 애국자이지만요."

그럼에도 테러는 현실적 위협이며, 스노든은 미국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비판받는다. 안전한 세상에 살고 싶은 사람들의 희망이 잘못인 걸까. 스톤의 목소리가 단호해졌다. "안전해지려고 자유를 양보하고, 일상적 감청을 모른 척한다고요? 정보기관은 테러범만 감시해야 합니다. 영화는 그걸 지적한 거예요."

그는 사실 안보를 중시하는 우파뿐 아니라 좌파로부터도 '오바마 정부를 공격했다'고 미움받았다. 그는 "주류를 따르지 않으니 늘 외롭다"고도 했다.

그래서일까. 스노든을 다룬 다큐멘터리 '시티즌 포'는 2015년 오스카를 받았지만, 그의 영화 '스노든'은 올해 아카데미 후보에도 못 올랐다. 하지만 그는 "시간이 흐르면 스노든이라는 인물도, 이 영화도 새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했다. "이 영화 만드는 3년 동안 참 힘들었어요. 이제 좀 더 가볍고 즐거운 영화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