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카페] 비만 부부, 임신 더 어렵다는데…

부부가 모두 비만이면 정상 체중인 부부보다 임신이 어렵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여성이 비만일 경우 임신이 잘 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는 더러 있었지만 부부 전체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아동건강·인간발달연구소는 지난 3일(현지 시각) "라제와리 슌드럼 박사 연구에 따르면 부부가 모두 고도비만일 경우 정상인 부부보다 임신을 하는 데 걸리는 기간이 최고 59% 길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내용을 국제 학술지 '인간 생식'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아이를 가지려는 미국인 부부 501쌍을 대상으로 비만 정도를 측정하는 체질량지수(BMI·체중을 신장의 제곱으로 나눈 값)를 측정하고 임신할 때까지 1년 동안 관찰했다. BMI가 35 이상인 고도 비만 부부는 정상인 부부보다 임신을 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55%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인 부부는 평소 운동량이 주 1회에 불과할 정도로 몸 관리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연구진은 여기에 부부의 나이와 흡연 여부, 콜레스테롤 수치 등 임신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신체적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고도 비만 부부는 임신이 최고 59% 더 늦어진다고 결론 내렸다. 그동안 여성의 비만이 생식 호르몬의 불균형을 유발해 임신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비만인 남성도 남성 호르몬이 줄어들어 정자 생산에 문제가 생긴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이번 연구는 국내 난임(難妊) 환자 치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기준 국내 난임 환자는 21만7905명으로 연평균 4.5%씩 늘어나는 추세다. 연구진은 "난임 치료 시술뿐 아니라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비만을 치료하는 게 임신 성공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