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2.13 11:10

명절이 되면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생활하는 많은 이들이 고향에 내려간다. 고향에 도착하면 매년 똑같이 반복된다. 집안 어른께 인사와 고향 친구 모임이 그것이다.

이제 50을 넘긴 나이에 매년 고향 친구를 만나보면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철없던 초등학교 시절의 모습과 성격이 50을 넘긴 나이에도 똑같다는 것을 보고 신기함을 느낀다. 만나면 서로의 주장이 옳다고 항상 티격태격하는 친구, 항상 약속 시각에 늦는 친구, 모임에서 늘 말없이 대화를 듣고만 있는 친구, 자기 얘기만 는 친구. 만약 객지에서 만났다면 이렇게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사진=조선일보DB

어떻게 이런 사람들이 친구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역시 고향이라는 보이지 않는 큰 손이 강제로 맺어준 관계라고 본다. 이런 관계도 한 차례 위기가 있었다. 작년 설 모임에서 정치적 현안에 대해 열띤 논쟁을 벌이다가 서로의 주장에 대해 굽히지 않던 두 친구가 거의 주먹다짐까지 가는 위기를 겪었다. 주위 친구들의 만류로 주먹다짐까진 가지 않았지만, 이 모임 자체가 와해할 위기까지 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앙금을 갔고 헤어졌지만 일 년이란 세월이 흐른 뒤 만났을 때 다소 서먹함은 있었지만, 자연스레 인사를 하고 막걸리 한잔을 기울였다.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사촌이 좋다는 말이 종종 회자된다. 자주 보지 못하는 친척보다 매일 보면서 서로의 희로애락을 같이 하는 이웃이 좋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친구 관계도 마찬가지로 풀이된다. 아무리 가깝게 지내던 친구도 물리적으로 서로 먼 거리에서 생활하다 보면 자주 연락을 못 하면서 자연스레 멀어지는 경우가 많다. 매년 고향 친구를 일 년에 두 번만 보면서 서로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결국, 그러한 부분이 서로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더 가까워질 수 없는 사이가 되어가고 있는 현실임을 직시하게 된다.

설 명절을 계기로 단지 고향 친구라는 이유만으로 만나는 것보다 고향을 기반으로 끈끈한 인연을 가진 친구라는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 만남으로 만들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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