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기록, 우리가 잰다"

"오메가가 올림픽 공식 타임키퍼(timekeeper·시간기록원)로 최다(最多) 지정될 수 있었던 것은 전통과 기술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0.001초.' 올림픽에서는 이 차이만으로도 메달의 주인이 바뀌고, 세계 기록이 경신된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의 공식 타임키퍼는 스위스 시계 브랜드 '오메가'다. 오메가는 1932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을 시작으로 총 28차례 공식 타임키퍼에 선정됐다.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을 촬영해 순위를 가리는 '포토 피니시', 수영 선수가 패드를 건드리면 기록이 자동으로 측정되는 '터치 패드' 등이 모두 오메가 제품이다. 경쟁사인 롤렉스는 테니스 경기인 윔블던과 호주오픈, 위블로는 월드컵 공식 타임키퍼로 지정됐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1년 앞두고 서울을 찾은 레이날드 애슐리만(47·Aeschliman n) 오메가 최고경영자(CEO)는 8일 "올림픽은 (월드컵 등) 다른 행사와 달리 각각 다른 28개 종목을 가장 적절한 방법으로 정확하게 측정해야 한다"며 "기술력이 (경쟁 브랜드보다) 높기 때문에 올림픽 공식 타임키퍼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애슐리만 CEO는 1996년 오메가에 입사한 후 2015년 CEO에 임명됐다.

애슐리만 CEO는 인터뷰 내내 '기술 중심주의'를 강조했다. 1890년 그리스어로 완성을 의미하는 '오메가(Ω)'로 사명을 지은 이유 역시 '기술의 완성'을 뜻한다고 했다. 그는 이런 기술력을 유지하기 위해 모기업인 스와치그룹 내 5개 브랜드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R&D센터 외에도 오메가만의 별도 R&D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그룹 공동 R&D 센터에서는 핵심 기술에 대한 연구가, 오메가 R&D 센터에서는 자체 DNA를 유지하기 위한 기술 개발이 이뤄진다"며 "이런 투트랙 전략으로 무브먼트(시계 동력장치), 케이스 등 시계 전체 부품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명품 시계 시장의 가장 큰 위기는 스마트워치의 등장이다. 지난해 9월 애플 신제품 발표회에서 팀 쿡 CEO는 "애플워치는 판매량 기준으로 롤렉스에 이어 세계 2위 시계 브랜드가 됐다"고 말했다. 오메가는 3위였다.

애슐리만 CEO는 "스마트워치를 경쟁 상대로 보지 않는다"면서 "스마트워치는 전자제품이지 시계가 아니다. 애플워치는 오메가가 가진 전통과 디자인, 기술을 흉내 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에서) 오메가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그리고 손자에게 물려주는 유산"이라며 "그런데 애플워치를 자식에게 물려주는 사람이 있는가. 신제품이 나오면 당장에라도 버리고 새로 사는 기계일 뿐"이라고 말했다.

최근 부패 방지 정책 등으로 침체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 명품 시장에 대해 애슐리만 CEO는 "이번 춘제 (중국 설) 기간 매출이 지난해보다 늘었다"며 "명품이라는 것은 이성보다는 감성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거시 경제와 정부 정책에 대한 영향이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도 홍콩 명품 시장 위축 등의 상황을 우려하며 유심히 지켜봤지만, 이 같은 변화는 중국인들의 소비 패러다임(쇼핑 지역과 대상 제품)의 변화일 뿐 매출이 준 것은 아니었다"며 "관광산업 등은 거시 경제 상황에 따라 매출 움직임이 클 수 있지만 명품 시계는 본인의 성공을 대변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외부 영향에 영향을 덜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