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개념 경찰… 안중근 의사가 테러리스트?

지난 12일 인천 부평역 지하상가를 지나던 시민들은 게시판을 보고 깜짝 놀랐다. 경찰이 제작한 테러 예방 포스터에 독립운동가인 안중근 의사의 단지(斷指) 손도장이 사용됐던 것이다. 이 포스터에는 혈서를 쓰기 위해 약지를 절단했던 안 의사의 손도장과 함께 'STOP! 테러!'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포스터는 인천 부평경찰서가 테러 예방 홍보를 위해 20부 정도 자체 제작해 경찰서 인근에 최근 부착한 것이었다.

한 시민은 "한국에서 안 의사의 손도장을 테러 예방 포스터에 넣는 게 적절한가"라는 글과 함께 포스터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이 사진이 인터넷에 급속도로 퍼지면서 경찰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우리나라 경찰은 중국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안중근 의사가 테러리스트라는 거냐" "일본 경찰도 아니고 한국 경찰이란 사람들이 안중근 의사 손도장도 몰랐다니 한심하다"는 등의 항의 글이 수백 건씩 올라오고 있다. 부평경찰서에도 항의 전화가 폭주했다.

논란이 커지자 부평경찰서는 12일 인천경찰 페이스북 페이지에 글을 올리고 "논란이 된 손도장은 '테러를 멈춰야 한다'는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포스터에 사용한 것으로 안중근 의사를 폄하할 의도는 추호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경찰 측은 "담당 직원이 손바닥 그림을 인터넷에서 찾다가 실수로 안 의사의 손도장을 사용한 것 같다"며 "해당 포스터는 전부 수거 조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중근 의사가 사형 선고를 받은 날(2월 14일)을 앞두고 이런 포스터가 붙었다는 점에서 비판은 더 거세지고 있다. 직장인 유모(33)씨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이런 경찰에 의지해야 한다는 게 부끄럽다"고 했다.